지금도 이어지는 왕의 투쟁

왕의 투쟁 - 조선의 왕, 그 고독한 정치투쟁의 권력자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7년 12월

조선 시대를 다룬 역사물은 드라마나 책으로 수없이 만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와 가장 가까운 시대이면서 그 기록자료가 가장 많은 때이니 그럴 것이다.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정조에 대한 드라마는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즐겨본다고 한다. 역사~라는 쉽지 않은 부분을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풀어줄 방법을 찾던 어른들에게는 늦은 시간의 역사 드라마도 마다 않게 되었다.

그렇다..다른 것보다 피해가서는 안될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내 나라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세계화라고 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공부하는데 익숙한 것이 사실이기에 자칫하다가는 역사적 인식마저 퇴색해질까 두렵기에 역사에 대한 끈이 짧다는 이유로 늘 역사서 읽기를 자청한다.

왕과 신하의 권력구조를 다룬 책이 물밀듯이 나오는 요즘, 과연 왕과 신하는 대립의 구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가? 반문을 하게 된다. 이 책 역시 왕의 투쟁이라하여 신권과 대립되어 왕의 권력을 세우고자 했던 네 명 왕의 정치투쟁에 대해 비감하게 다루고 있다. 조선 시대의 태평성대를 누리던 때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종대왕, 그리고 늘 개혁군주로 손꼽히고 그의 죽음에 미스테리를 안고 있는 정조, 이 둘과는 달리 왕의 자리에서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을 함께 다룬다는 점이 생소하고 흥미로웠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이 어떻게 왕의 권력에 대립하는 신하들을 잘 다루고 혹은 억압했는지 그 과정을 밝히면서 왕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신하들의 힘을 적절히 다룰 수 있는 지도자로써의 능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듯이 대왕으로 불리는 세종이나 개혁군주의 대명사로 불리는 정조에 대해서도 작가는 날카로운 비판의 일침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정조에 대한 작가의 평가는 일반적인 다른 평가와는 차이가 있기에 흥미로우면서도 너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공감을 하기는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군왕의 힘은 절대권력에서 나옴을 외면할 수는 없다. 당시는 분명 백성의 뜻을 반영하려고 했던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었으며 유학에서 말하는 군주의 덕목을 갗주는 왕을 최고의 왕으로 받들었으니 말이다. 왕임에도 불구하고 신하를 두려워하거나 혹은 억압에 억압만을 일삼던 왕의 몰락이나 혹은 절대적인 힘을 강조하고 그 누구도 신뢰하기 힘들었던 정조가 맞는 최후는 씁쓸한 지도자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한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외롭고도 힘든일임에 분명하고 대립보다는 어떻게 신하들의 힘을 적절하게 분산하고 조합하는가 하는 면모가 가장 중요함을 알 수있었다.

왕의 투쟁..그것은 왕권국가에서 벌어지는 당연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나라의 왕권은 중국의 그것을 본따는 면이 없지 않기에 독자적인 왕권을 수립함에 있어서 신하들과의 대립이 더 강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작가의 말처럼 역사를 공부하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 역사가 현재와 단절된 역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지금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치룬 지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온 국민이 힘들어하는 지금 당의 힘(신하의 힘)과 지도자(대통령)의 조화로움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이기는 하나 분명 우리 나라에서는 지도자보다도 신하들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에 어떤 사람인가 보다는 어떤 당인가에 이끌리는 자세에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뛰어난 지략과 지도력을 가지고 당이 아닌 나라를 위해 투쟁하는 그런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