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은 서낭님과 장기를 두었다네 최하림 시인이 들려 주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20
최하림 글, 서선미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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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유머가 담긴 옛날 이야기]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흰수염이 가득 난 할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듣는 옛날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옛날이야기 맛이 물씬 풍긴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서 듣는 옛날 이야기 대신 책을 통해서 듣는다. 너무도 많은 출판사에서 옛이야기 시리즈가 나오지만 그 맛과 분위기에서는 최하림 시인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가 그 맛이 최고일 듯싶다.

 

옛날 이야기는 말그대로 원작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이다. 이 옛이야기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선조들의 지혜가 담기고 그러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가르침이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최하림 시인은 최대한 작가의 개입을 배제하고 옛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는 입장에서 쓴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야기와 더불어 함께 보는 삽화가 그 정서를 더해주는 것 같다.

 

총20권의 옛날 이야기 시리즈가 나왔는데 이번이 그 마지막 권이라고 해서 더 특별하게 읽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책에는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총각은 서낭님과 장기를 두었다네'에서는 장기 두기를 좋아하는 총각이 노력끝에 장기의 비법을 전수받고 서낭님과 장가 보내주기 내기도 두어 장기도 이겨 이쁜 각시를 얻어 결혼을 한다는 내용이다. 장기에 몰입하는 총각이 하필이면 왜?장기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마도 내기 구도를 가장 잘 이끄는 것이 장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서낭님과의 내기는 실은 이미 결말이 정해진 내기! 총각이 제 손으로 서낭님의 장기도 번갈아 두었기 때문이다. 이 익살스러운 부분에서 장가를 너무 가고 싶어하는 총각의 마음도 엿보면서 한편으로는 소원을 빌었던 민간신앙의 대상은 신앙의 대상이면서도 생활 속에 녹아있는 친구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무 도령'에서는 작고 하찮은 짐승이라도 은혜를 배풀면 모두 그 갚음을 한다는 배움을 얻고 '종보다 더 큰 참외'에서는 양반네들의 속임수가 만연한 즈음 벼슬 자리도 속임수로 살 수 있다는 내기에서 양반을 재치있게 속여넘긴 소년을 통해 그 잘못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너무 딱딱하지 않게 구수한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를 들은 듯한 느낌의 이 책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스스로 읽거나 혹은 엄마가 잠자리 머리맡에서 읽어주면 그 맛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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