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는다는 것 - 하종강의 중년일기
하종강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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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양력을 보고 책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30년 넘게 노동운동상담을 하던 사람이니 강한 어조와 무거운 이야기 일색이 아닐까 하는 부담. 그러면서도 이런 사람들에게 중년의 일기는 과연 어떤 것으로 채워지는가 하는 궁금함.

대학에 들어서면서 나를 둘러싼 주변을 참으로 많이 변했다. 갑자기 주어지는 주체할 수 없는 자유와 갑자기 10년 정도 어른행사를 한 사람처럼 대해주는 주변 시선까지 불안정한 20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장 낯선 만남은 나를 둘러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전교조 1세대라고 불리면서 학생운동을 치열하게 했던 선배들과 한자리에 앉을 경우가 많았다.

너무도 대단해 보이던 선배들..그 때는 그들의 운동이 언제까지 지속될까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았었다. 졸업을 하고 우연히 마주친 선배가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열심히 셀러리맨으로 사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불협화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면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지속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실에 타협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신념도 저버리고 사는 건 아니라는 걸 중년이 된 지금은 확신할 수 있다. 실천과 관념 사이에서..적어도 우리가 행동하는 실천은 아니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기에 말이다.

노동자들을 위한 삶을 살아온 하종강이라는 분의 중년 일기에는 무겁지 않게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했다.소소한 일상이 묻어나기에 글을 읽는동안 처음에 가졌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보다 그들의 나이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줄 때가 있는듯하다.

자녀를 키우면서 일을 하면서 그렇게 나이듦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산 수많은 중년에게 그래도 가끔은 저 가슴 밑바닥에서 꾸물거리는 유년의 주체못하는 정서를 나 역시 갖고 있기에 하종강이 말하는 중년일기가 마음에 와닿는가 보다. 서로의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중년이란 젊음을 불사르는 때보다 더 깊이있게 더 순수하게 유년의 감성까지 끌어안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철들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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