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이 다 봤대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8
유미희 지음, 이광익 그림 / 사계절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정겨운 시골 내음이 가득~]

노란표지에 순진한 아이의 모습 ,그 아이에게 대롱대롱 메달려서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친구에 대한 동시가 가득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친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정겨운 시골 내음이 가득 베어있는 동시가 대부분이었다. 저자를 살피니 충남 서산의 작은 마을에서 시를 쓴면서 아이들과 함께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시에는 어린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정겨운 마을의 모습이 담겨있다.

 

총 3부로 나뉘어 1부와 2부는 재미나고 정다운 동시가 많이 실렸다. 

'쪼그만 오리"를 읽으면서는 농촌에서 농약을 치지 않고 오리로 벼농사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까 싶었다. 이 시는 특히나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농부 할아버지를 따라서 줄줄이 가는 오리들이 저마다 열심히 논일을 하는 모습에 빙그레 미소짓게 된다.

그리고 "똥"이라는 동시는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내용 역시 읽는 아이들이 웃어재낄만 하다.

 

마루 밑에서 신발 물어뜯고 노는

흰둥이야, 네가 시치미 뚝 떼고 있어도 다 안다.

감나무 밑 파헤치고 있는 어미닭아,

네가 안 그런 척 딴짓 해도 다 안다.

너희들 들어가지 말라는 마늘밭에 갔었지?

초록 연필심처럼 올라오는 마늘 싹 밟고 다녔지?

누가 말해 줬냐고?

저기 보이는 너희들이 누고 다닌 똥이지 누군 누구야. 

 

제가 눈 똥을 뒤돌아 보고 있는 흰둥이와 어미닭의 모습의 삽화가 동시를 더 맛깔스럽게 하는 것 같다.

'매미껍질'에서는 매미가 우화를 해서 남겨놓은 껍질을 보고 마치 제가 옷을 휙휙 던져두는 버릇하고 똑같다고 여기는 아이의 마음이 재미나게 담겨있다.

히힛! 어쩌면 내 버릇하고 똑같니?

라는 말에 너만 아니고 나도 그래라고 말할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 같다.

이렇게 재미난 동시외에 3부에서 소개된 '홍수','있으나 마나','날이 저물자'같은 동시에는 시골 마을의 아픈 모습도 담고 있다.

홍수가 지난 다음 온갖 살림살이와 가축, 몇십 년만에 밖으로 나온 눈 먼 할아버지까지 모두 눈시울을 적시면서 그렁그렁 모여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또한 있으나 마나라는 동시에서는 자식이 주고 간 핸드폰이 있어도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통화가 안되는 할머니와 집나간 부인과 연락되지 않는 아저씨의 모습에 담긴 있으나 마나 한 핸드폰 이야기, 빈 광주리에 하나 남은 모과를 팔지 못해 모과를 지키고 있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걱정하는 마지막 남은 모과의 마음을 노래한 '날이 저물자'에는 잔잔한 감동이 전해진다.

평소 동시를 많이 읽는 편이 아니지만 이번 시집은 짧은 글 속에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시와 어울리는 삽화가 한 몫을 톡톡히 했고 무엇보다도 순진한 아이의 시각으로 어렵지않게 동시를 담은 작가의 힘이 컸으리라. 어려운 표현이 아니라 말하듯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담고 있는 동시라서 읽는 아이들도 편하게 대한 것 같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동시집을 옆구리에 끼고 긴 산문에서 벗어나 시의 정서를 느끼게 해 주어야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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