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 너구리가 살아요 아이세움 자연학교 3
김순한 글, 김명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양재천을 통해 서울의 생명줄 하천을 들여다 본다]

 

자연을 그렇다..사람과는 달리 절대로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는 사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이쁘게 포장하려고 해도 아픈 곳이 있으면 드러내고야 말고 자연의 섭리 대로 흘러가니 말이다.

아이세움의 자연학교 시리즈는 딸아이보다 실은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이다. 도심에서 나고 자라면서 풀 한 포기나 꽃 한 송이도 내게는 친근한 존재가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제야 발아래 땅을 보고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생명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나 둘 알게 된 풀과 꽃과 나무와 곤충은 내게는 어른이 된 다음에 얻은 큰 재산 중의 하나이다. 처음에는 이름만 알아도 기뻐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모습 자체를 들여다 보는 깊이를 느끼게 된다.

하늘공원과 남산에 이어서 이번에 소개되는 양재천은 너구리가 중심이 아니라 바로 서울을 가로지르는 하천, 양재천이 중심이 된다. 도심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변모하고 생명을 유지했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 보게 된다고나 할까?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류 중의 하나인 양재천의 시작은 관악산 남동쪽 골짜기에서부터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물줄기는 서초구와 강남구를 지나 탄천으로 흘러들고 탄천은 이어 한강으로 흘러들게 된다. 책 속에서 소개된 물줄기를 따라가면서 큰 물줄기인 한강은 본류이고 이로 흘러드는 중랑천이나 탄천 등은 한강의 지류가 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하천도 살고 죽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발전하는 주위 모양새에 맞추어 하천도 새단장을 하던 때가 있었다. 아주 정갈하게 하천을 파헤쳐 반듯한 콘크리트  강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당장은 좋아 보였을 지 모르지만 바로 그 정갈한 콘크리트 강둑이 하천을 병들고 죽게 만드는 지름길이었다. 사람이 보기에 좋은 것은 생물들이 살기에는 전혀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냥 구불구불한 자연적인 흙둑이 쌓이고 하천의 바닥부터 둑 위까지 물이 넘나들면서 수많은 생물이 살도록 두어야했던 것이다. 이미 이런 과정은 선진국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과거의 하천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방송을 본 기억이 난다.

지금의 살아나는 양재천을 반듯하고 보기 좋은 도시감각의 하천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는 모습이라는 걸 한번쯤 가 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책을 보면서 순간순간 복원된 청계천이 떠올랐다. 지금은 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청계천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비가 오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고 다른 생명체가 끼어들 틈이 없어 갖가지 보수적인 작업을 하지만 언젠가는 한계에 다다르지 않을까싶다.

다시금 도심에서 살아난 양재천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만나는 것 또한 이 책의 재미 중의 하나이다. 양재천에 살고 있는 어류의 사진과 특징, 양재천에서 쉽게 보는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는 방법, 양재천으로 몰려드는 새와 곤충과 식물은 이미 자신들이 살 곳을 찾아낸 것이다.

하천의 미래는 도심의 미래라는 마지막 장의 문구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단지 양재천의 생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데 주력한 것이 아니라 도심에 흐르는 하천의 중요성, 그리고 개발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생명줄인 하천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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