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 창조를 꿈꾸는 호랑이 웅진 생각쟁이 인물 9
나정아 지음 / 웅진씽크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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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유명하기 때문에 때로는 그 유명세에 눌려 인물에 대해 마치 잘 알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때가 있다. 사실 내게 백남준이라는 아티스트는 그런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최초의 비디오 아티스트 작가, 전위예술가 백남준..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인정을 받고 역으로 국내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았던 사람. 그 정도를 알면서 마치 백남준에 대해서 식상하게 알고 있는 듯말이다.

백남준이라는 인물은 책 제목에서처럼 '창조'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는 인물임을 책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고 사물을 주관적인 시각으로 색다르게 그려내는 능력을 그들의 형제 자매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완고한 아버지의 눈을 피해서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일대신 백남준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원조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책에서는 어려서의 일보다 백남준이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예술활동을 시작하면서 만난 숱한 사건들을 엿보는 재미가 넘친다. 아방가르드라는 말이나 전위예술이라는 말이 아이들에게 낯설기는 하지만 머리에 먹물을 묻혀서 글씨를 쓰거나 혹은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모든 것을 부수는 기괴한 행동을 하는 장면, 항상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친구가 답답해 보였는지 퍼포먼스 공연 도중 친구의 넥타이를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는 행위 등은 분명 백남준을 인상깊게 남기기에 충분하다.

그의 이러한 공연은 사람들로부터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그의 공연에서는 기존의 형식과 틀을 파괴하고 나름의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공연을 일정한 관객에게만 보여줄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처음 시도한 것이 가장 대중적인 매체인 텔레비전이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혹은 동시에 수많은 영상을 통해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서 백남준은 비디오아티스트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의 한국 미술계에서 그의 시도가 낯설었으나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후에 국내에서 그에 대한 평각가 새롭게 이루어졌다.

아주 화려하고 부유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백남준이 공연을 위해서 상금까지 털어가면서 준비하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백남준의 장례식장의 풍경이다. 엄숙하고 우울한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백남준 장례식장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생전의 새로운 시도와 창조적인 구상을 이어받아 지인들은 장례식장에서도 백남준식 퍼포먼스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생전의 그의 퍼포먼스 가운데 기존의 관습에 저항하고자 넥타이를 잘라던 그 모습을 장례식장에 담아 모든 조문객들은 넥타이를 잘라 고인의 시신위에 놓았다고 한다. 눈물대신 웃음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장례식장의 풍경은 백남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풍경이 아닐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백남준의 예술 세계에 조금이나마 다가간 느낌이 들면 생소한 비디오아트나 전위예술 등에 대한 설명을 열린마당을 통해서 만날 수가 있다.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인물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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