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 VivaVivo (비바비보) 2
O.T. 넬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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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희망으로 그리고 싶다]

 

가상 소설이든 영화든 미래를 다룰 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루게 된다. 한 가지는 희망적인 미래, 다른 한 가지는 암울한 미래...  과연 어떤 쪽을 원하는가? 분명 희망을 담고 있는 미래를 원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움직임을 보면 미래가 밝지만을 않을거라는 불안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뜨인돌 어린이에서 새롭게 출간된 청소년시리즈 VivaVivo의 첫 권을 너무도 흥미롭게 읽어서 두 번째 권도 무척 기대가 컸다. 아이들만 가득한 도시에서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우러까 해"라면서 도도하게 서 있는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드는 표지이다. 과연 이 소설에서는 아이들만이 꾸리는 도시를 어떤 식으로 그려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설은 [파리대왕]과 [15소년 표류기]였다. 어른은 아무도 없고 아이들만 남았다는 설정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아이들만 남은 곳에서 순수함으로 지속되기 보다는 살아가기 위해서 그 소수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권력의 구조가 성립되고 어른들의 사회를 재현하는 모습을 엿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파리대왕]은 암울함을 담고 있는 결말이지만 [15소년 표류기]에서는 아이들이 해 냈다는 긍정적인 결말을 내린다.  이 책 속의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사회..분명히 일어날 일련의 일들을 예감했다.

분명히 일어나게 될 힘의 논리와 의견을 모으는 과정의 대립 등이 떠오르지만 이런 모든 것을 차치하고 설정 자체가 아주 독특하다. 12세 이상의 사람들만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걸려서 모두 죽는다. 고로 12세 이하의 어린이들만 살아남은 세상....

12세라는 그 부분이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경계선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12세 미만의 아이들이 살아 남은 세상을 엿본다. 어른들의 잔소리와 억압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세상을 그린다면 오산이다. 현실적으로 사회를 이끌던 기성층이 사라진 이후의 도시 자체를 보여준다. 쓰레기를 치울 사람이 없고, 먹거리를 구할 수도 없고, 아이들만 남은 집안 구석구석에는 벌레가 꾸물거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어른들이 사라진 현실이다. 이 가운데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돌아오지 않을 부모님을 바라면서 우는 것? 그렇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는다. 소설 속의 아이들은 울음 뒤에 현실을 바라보고 살아남을 궁리를 한다. 그 가운데 10살의 리사라는 소녀가 서 있는 것이다. 한탄하기 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각을 거듭하는 아이..그래서 자신과 아이들이 먹을 거리를 비축하고 갱단에 맞서기 위해서 의견을 모으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10세의 여자 아이...

내몰리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그건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어른은 좀더 약고 치밀하고 탐욕적이라면 아이들은 그보다는 순수하다는 것 , 그러나 역시 기본적인 힘의 논리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있다.

책 속의 아이들 역시 리사를 중심으로 갱단에 맞서 의용군을 조직하고 요새를 만들려고 하지만 모든 집단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동조와 더불어 반감이 있기 마련임을 여실없이 드러낸다. 그런 모든 것이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서 아이들의 시각에서 벌이기에 청소년이나 초등고학년 아이들까지 읽기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갱단에 맞서면서 작은 산을 넘고 다시 일어선 리사와 아이들..그러나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어서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는 결말이 내 마음에 걸린다. 당시 소설이 쓰여진 1970년대 초는 핵무기나 기타 불안했던 사회적인 요소가 극대화 되었을 때이기도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아이들에게만큼은 미래에 대한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 책 속에서 암울한 미래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어려움을 딪고 도시를 하나 말들고자 하는 만큼 자립적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주이기에 이 소설에 긍정적인 점수를 주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희망이 담긴 미래를 제시해 주고싶은 어른의 입장에서 결말이 좀더 긍정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독특한 설정과 아이들 눈높이에서 의견을 모으고 해결해 나가면서 대립되는 집단과 맞서는 전 과정을 본다는 것은 실로 흥미로운 일이다. [티모시의 유산]과는 또 다른 맛으로 읽게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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