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 모두가 친구 7
코키루니카 글.그림, 김은진 옮김 / 고래이야기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싫어한는 것대신 이해하는 것을 배우겠지]

지금 여섯 살 난 우리 아들에게 정말 딱 맞는 그림책을 만났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모두 삼켜 버리는 마법상자라~ 정말 아들의 두 귀가 솔깃해지는 마법의 상자 이야기이다.

책을 읽기에 앞서 먼저 아이에게 이런 상자가 있다면 무엇을 넣고 싶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아이가 싫어하는 것들을 모두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나물, 양파, 파...."로 시작해서 먹거리 중에서 싫어하는 것부터 나오기 시작하는데 한결같이 몸에 좋은 채소들을 나열하고 있으니...그렇게 싫어하는 것들을 모두 삼키는 상자가 마치 자신의 해결사라도 될 듯한 기분으로 책을 마주대하는데 과연 이 책을 다 잃고도 이 기분이 유지될까?^^

이 책에 담긴 일러스트는 결코 밝거나 경쾌하지 않다. 연필 스케치를 한 듯한 단 색의 그림에 등장인물의 표정도 밝기 보다는 어두운 느낌이 조금 강하게 든다. 6살 아들은 그 느낌은 단번에 받아들이고 웃으면서 읽기 보다는 진지하게 다음 내용을 궁금해 했다. 그리고 10살 딸 아이는 "이건 펜으로 스케치 한 것 같은 그림이네. 자세한데 조금 딱딱하다"고 말한다.

아침부터 즐거운 시끄러운 소리에 매달리는 동생에 게다가 엄마하고 선생님께 혼나고...즐겁지 않은 일상에 발견된 신기한 마법상자. 내가 싫어하는 건 뭐든지 삼켜준다는 상자는 내 불만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삼켜버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작은 것부터....먹기 싫은 생선과 옆집의 시끄러운 소리..그리고 나를 혼내고 비웃는 선생님과 친구들..귀찮게 구는 동생에서 혼내는 엄마까지..이 상자를 손에 든 아이의 표정은 처음과는 달라진다. 이제는 강하게 자신의 불만을 얼굴에 드러내고 의기양양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싫어하는 모든 것을 상자 속에 넣고 "자유"를 외치던 아이의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이제야 깨닫고 "모두 돌려줘~ 다 나 때문이야. 난 내가 싫어~"를 외치자 자신마저 상자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그 곳에서 자신이 싫어하던 모든 대상을 만나고 용서를 빌게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을 "싫어"라는 한 마디로 마법상자에 넣던 아이는 앞으로는 그 대상들을 싫다는 말 대신 "이해하자"는 말을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주위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싫어 , 정말 없어졌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쉽게 하는데 이런 아이들의 심리를 잘 살린 그림책이라 하겠다. 만약에 나에게 이런 상자가 생긴다면 무엇을 넣고 싶은지..정말 소중한 것을 삼켜버렸다면 어떻게 다시 구해 올 것인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책읽기의 두 배의 효과는 얻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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