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으로 만나는 신나는 책읽기-다른 사람이 되어볼까나?

한 눈 팔기 대장, 지우 ㅣ 돌개바람 12
백승연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9월

[희곡으로 만나는 신나는 책읽기-다른 사람이 되어볼까나?]

아이들 책읽기는 온톤 이야기와 정보책 뿐이다. 오랜만에 다른 장르의 책을 만나서 정말 새롭고 신선했다. 책읽기와는 별개로 연극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기는 했지만 연극과 관련된 장르인 희곡작품을 읽게 한 적은 없다. 생소한 장르일 수도 있는 연극대본인 희곡을 작품으로 만나면서 너무 과장되거나 어색해 하지나 않을까 조금 염려하기도 했다.

[한 눈 팔기 대장, 지우]는 완벽한 한 편의 연극을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하려고 하는 일보다 호기심으로 주변의 일에 많이 기웃거리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재미난 상상과 표현으로 담아내고 있다. 학교로 곧장 가라는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길에서 한 눈을 팔던 지우가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부터 모험이 시작된다. 큰도깨비와 할아버지의 실갱이를 보다가 지우는 빗자루 도깨비와 몸이 뒤바뀌게 된다. 지우가 빗자루가 되고 빗자루가 지우가 되어버린 것이다.

소설인 경우는 심리를 줄글로 풀어내겠지만 연극대본의 경우는 심리도 모두 대사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아이들은 지우와 등장인물의 대사에 집중하게 된다. 대사 처리는 초등 저학년 아아들의 눈높이에 맞게 간결한 문장이 사용되었으면 지문역시 복잡하지 않게 되어있다.

예전의 지우처럼 한 눈 팔기 좋아하는 빗자루 도깨비를 학교까지 데리고 가려고 하는 사람은 바로 지우. 역지사지로 지우는 평소의 엄마가 되고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한바탕의 소동으로 지우는 평소에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큰도깨비는 관객 어린이를 향해서 "넌 무슨 도깨비냐? 학교가기 싫어하는 도깨비, 텔레비전만 보고 싶어하는 도깨비??"..정말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읽는 족족 아이들은 관객이 되어서 큰도깨비의 대사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난 무슨 도깨비일까? 생각하게 되지나 않을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행동을 그냥 나무라고 고치라고 하기 보다는 이렇게 역지사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재미난 동화 한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정말 우리 아이들은 어떤 도깨비일까? 분명한 것은 밉지 않게 주위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이쁜 도깨비들이라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처럼 나도 간혹 일상 속에서 연극놀음을 상상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거나 아이들과의 말주고받기를 즐겨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