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이 아닌 이산을 만나다.

정조대왕, 이산
김이영 원작, 박신식 지음, 홍남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10월

[정조대왕이 아닌 이산을 만나다]

요즘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이산이라는 드라마는 사실 그 제목으로 누구?의 이야기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정조 대왕의 어릴 적 이름이 산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한다.

정조를 말하면서 영조와 더불어 아버지 사도세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시점은 사도세자가 당권싸움의 희생양으로 뒤주에 갖혀있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11살의 이산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 이 책은 드라마의 원작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다시 쓴 작품이라서 그런지 드라마의 구조와 많은 부분에서 흡사하다. 그래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아주 빠른 템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조 대왕은 그야말로 군왕의 면모를 지닌 임금으로 생각하는게 1순위이다. 인간적인 고뇌를 지닌 한 개인으로 보기보다는 조선의 500년 역사 태동에서 큰 우위를 차지하는 군조로만 여겨졌다. 4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역사를 배우면서 이곳저곳을 답사하게 되고 정조의 손길이 스친 곳곳을 누비로 자료를 검색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조대왕이라는 일반적인 호칭대신에 그의 어릴 적 이름인 이산을 부각시켰다. 그만큼 개인적인 이산의 삶을 보여주고자 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산과 함께 등장하는 대수나 송연은 어릴 적 벗으로 이산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한 인물구조를 통해서 임금의 권위보다 더 우위에 있던 파벌의 힘을 대적하는 벗들의 우정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부분에서 심도있게 들어가기 보다는 정조 대왕 이산이 임금의 자리에 앉기까지 , 아니 임금이어서도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간 노론의 암투에 맞서는 모습을 통해서 조선사의 임금들이 신하들의 파벌에 더 위협을 받았음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파벌의 극단적인 모습을 알기에 이런 역사의 흐름을 엿보는 것이 가히 기쁘지 만은 않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그동안 업적 중심으로 알던 정조 임금의 인간적인 고뇌도 엿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구지 역사이론서를 들이밀지 않아도 이 책 한권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조선시대 역사에 슬며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