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료된 한국적 판타지 소설] 판타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게 [나니아 연대기][헤리포터 시리즈][반지의 제왕]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읽는 책 속에서 판타지는 서양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물론 우리 문학에도 판타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가 강렬하지는 않았다. 처음 제목만으로는 영조 때의 사도세자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과연 어떤 내용인지 일부러 작가의 말도 거른채 아무런 선입견 없이 책을 읽어나갔다. 할아버지의 뒤주는 바로 과거로 향햐는 문이었다. 그 과거로 향하는 문에는 단순한 모험이 아닌 우리 민족의 아픔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이 소설이 강렬하고 완성도 높게 다가오는 것 같다. 뒤주와 함께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할아버지는 항상 일정한 시간이면 뒤주로 들어갔다가 나오게 된다. 물론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 사람은 할아버지와 한 방을 쓰게 된 민제. 민제는 항상 자물쇠가 채워진 뒤주가 궁금했고 우연한 기회에 뒤주 안이 과거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벽이면 할아버지가 뒤주를 찾는 시간과 어긋나게 뒤주의 과거 시간을 탐색하고 돌아온 민제. 민제에게는 뒤주 속의 여행이 단순한 호기심이면서 동시에 할아버지는 왜 뒤주 속 시간 여행을 하는지 궁금증을 풀기 위한 수단이 된다. 민제가 뒤주 속 시간 여행을 한다는 것을 안 할아버지에게서 민제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바로 큰할아버지가 어릴 적 할아버지의 실수로 인민군에게 잡혀간 사실을 말이다. 큰할아버지가 잡혀간 후로 자책감에 시달리던 할아버지는 우연한 기회에 뒤주 속 시간 여행을 접하고는 평생 동안 한가지 사실을 위해서 뒤주 속 여행을 했다는 사실을 안다. 바로 큰할아버지가 잡혀간 그 전의 시간으로 가서 형인 큰할아버지가 잡혀가지않도록 하는 것이다. 평생동안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던 할아버지의 아픔을 느낀 것은 민제 뿐만이 아니었다. 그 세대 누군가에게 분명히 적잖이 있을 그 비극의 상황이 낮설지 않고 이산가족의 슬픔을 먼 발치로나마 느꼈기에 가슴이 저렸다. 결국 민제가 큰할아버지를 되돌릴 수 있는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현재에서 다시 큰할아버지의 소식을 접하는 장면은 허무맹랑하다기 보다는 정말 이런 기적이 있었으면...하는 바램을 갖게 한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아픔인 6.25와 이산가족의 아픔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뒤주를 비롯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엽전과 상황의 해석이 정말 흥미진진하다. 모처럼 신선하게 만난 우리 판타지 소설이었다. 아이들 역시 왜?라는 물음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해서 결국은 이산가족의 슬픔까지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