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2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을 사랑하되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던 추사]

 

추사, 완당...너무도 많은 호를 가지고 있는 김정희는 시와 문, 글씨에 능통한 조선시대의 인물이다. 추사의 글씨는 실은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더 인정받고 추앙되었다고 하는 어느 역사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천재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차가운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듯했다.

 

너무도 많은 재능을 한꺼번에 타고난 김정희는 세간들의 인정을 받기보다는 그 뛰어난 천재성으로 인해 왜곡되고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오인되기도 한게 아닐까? 책을 보면서 인간 추사를 만난고 그의 생을 엿보면서 범상치 않은 그의 인물됨됨이와  천재성을 그가 세상과 타협하지 않도록 한 요인임에는 분명하나 그 세상이라는 것이 바로 권력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의 강직성과 올곧음은 개인에게 향한다기 보다는 세사을 제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정조의 뒤를 이어 왕위를 물려받은 순조부터는 정사를 논함에 왕의 권위보다는 외척에 의한 힘이 막강하게 발휘되던 때였다. 죽음을 문전에 두고 세자를 부탁하던 정조는  가장 측근이자 믿음직한 인물이던 김조순에 의해서 조선 시대 말의 안동김씨에 의한 세도정치의 시대가 열릴 줄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

 

어린 나이에 큰아버지를 양아버지로 모시고 새로운 생활을 하던 김정희에게 박제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세상의 문물을 접하는 통로가 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각을 틔워주었다. 조선시대 말 발전해가는 문물을 받아들이고 개혁정치를 하고자 한 실사구시의 북학파의 선두에 김정희는 서 있었다. 그런 김정희가 안동김씨 세력에게는 가장 견재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런 갈등 속에서 김정희는 그의 뛰어난  재능을 얼마나 발휘, 아니 숨기고 있어야 했을까?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제주도에서 9년간의 유배생활을 하게 된 그 때의 삶에서 김정희는 새롭게 다시 한 번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려서 그의 재능을 꾀뚫어 본 채제공이 힘찬 그의 글씨를 보고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성정임을 염려하여 부드러운 시문으로 성정을 다스리라고 했던가? 분명 그는 시, 서, 화에 타고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서 배우고자 추사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3차례나 추사를 방문할 정도였던 소치 허유, 한양에서도 구하기 힘든 책을 손수 구해서 유배지에 있는 추사에게 보낼 정도로 그를 믿고 존경했던 이상적..모든 이들이 추사의 올곧은 성품 기품을 따르던 자들이 아닌가..

 

어렵게 책을 구해 보내준 이상적에게 감사의 표지로 선물한 <세한도>는 세기의 작품으로 남아있고 '판전'이라는 현판을 쓰기 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고분분투하던 추사의 모습을 작품에서 만나면서 막연히 알던 추사가 아닌 고뇌하고 갈등하는 인간 추사를 만날 수 있었다. 추사의 내적인 모습 뿐 아니라 당시 조선시대의 상황까지 가늠하면서 읽은 작품은 실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다음에 추사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대하게 될 것 같다. 너무도 강직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인물이 아닌 삶을 사랑하고 고뇌하면서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던 추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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