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을 향한 소통]

 

고슴도치의 우아함..누구나 제목의 아이러니함에 다시 한 번 뭔가 하고 보게 만드는 책이다. 백조도 아니고 고슴도치가 우아할리 만무하지만 고슴도치가 외부를 향해 내고 있는 뾰족한 가시가 내 맘에 걸린다. 작가는 과연 고슴도치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 우아함의 비밀은 무엇인가 말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여자 주인공, 일찍 남편을 잃고 고급 건물의 수위를 하면서 지내는 르네와 자살을 꿈꾸는 12살 소녀 팔로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다. 사실 동양적인 코드로 나이라는 장애는 소통의 가장 큰 적이기도 하다. 나이로는 도저히 공통분모가 없을 것 같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요소는 자신들이 아닌 제 3자에 의해서 이어진다. 르네와 팔로마를 이어주는 사람으로 등장하는 일본인은 두 사람이 소통의 끈을 잇게 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르네나 팔로마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타인을  향한 허영심과 자기 중심적인 세계에 둘러쌓인 세상을 향해서 가시바늘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과의 소통보다는 내면으로 내면으로 파고들 수밖에..

 

세상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표현일 지도 모른다. 그 점에서 둘은 절대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다. 르네와 팔로마 둘 모두 고슴도치로 표현될 수 밖에 없음은 바로 이 세상을 향한 가시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우아함은 지적인 우아함을 뜻하는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적인 양식은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소설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우아함은 미처 세상을 향해 돌아서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르네와 팔로마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책을 읽는 독자는 이미 알고 있는 두 인물대신 전혀 몰랐지만 하나씩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을 동시에 맛보게 된다. 그러면서 이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이 두 고슴도치에게 보다 희망적인 세상과의 소통이 마지막에는 펼쳐지리라 기대했는데 의외로 르네가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고 이로 인해 팔로마가 처음과는 달리 생에 긍정적인 의지를 갖게 된다. 작가는 두 사람의 행복한 결말 대신 팔로마라는 꼬마 숙녀에게 생을 살아갈 의지의 몫을 더 실어주기로 했는가 보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이 둘의 생각을 공유하는 기쁨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다분히 프랑스적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일반적인 인간의 감정에 공유하지만 역시 정서적인 부분은 무시할 수가 없는가 보다.

책일 읽는 내내 이들의 나이차이도 잊으면서 두 여인으로써 받아들였다. 영화 파라다이스 카페의 두 여자 주인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델마와 루이스를 떠올리기도 하고..물론 다르긴 하지만 내게는 영화의 두 여자 주인공처럼 르네와 팔로마를 기억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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