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새싹동화 1
고정욱 글, 박은영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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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는 만큼 커 가는 마음을 아시나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내게 찾아오는 느낌은 무얼까?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밥을 하기 바쁘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정신없이  등교시키고 나면 그제서야 한 숨을 돌리는 아침. 그게 다였다. 적어도  [고맙습니다]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맞는 가을 아침, 창문을 열면 조금은 찬 바람이지만 상쾌하게 스며드는 그  아침내음을 가슴 깊이 들이키면서 "아~좋다..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중얼거리게 되었다. 아이들의 책 한 권이지만 작은 감동이 어른인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반성하게 하고 그리고 새롭게 세상을 보는 힘을 주었다. 그렇게 작품을 읽고 감동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은 남아 있는 내 마음 한  구석의 순수함이라는 녀석 때문일게다..

작가 고정욱은 이 책에서도 소외된 장애우어린이를 등장시킨다. 학교를 가고 싶어도 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갈 수도 없고 화장실도 도와주는 이가 없으면 가기 힘든 뇌성마비 일급장애우 김지영. 책 속에서 만나는 지영이는 일반적인 장애우 아동들이 갖고 있는 학교에서의 불편함과 남들의 시선에 많이 위축된 아이이다. 실은 지영이보다 더 관심을 갖고 보게되는 사람은 지영이를 학교까지 늘 데려다주시는 지영이의 할아버지이다. 지영이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주고자 솜씨 있는 서예를 아이들에게 무료로 가르쳐주고, 지영이가 호감을 갖는 다혜의 집에도  초대받아 가고 ...작품 전반에 늘 힘있고 희망찬 캐릭터로 등장하는 지영의 할아버지는 정말 거칠 것이 없는 사람 같았다. 지영은 그런 할아버지에게 투정도 부리면서 늘 자신의 곁에서 보살펴줄 사람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의식을 잃은채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할아버지는 뇌출혈로 인해 몸에 마비가 오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지영이와 똑같은 장애인이 되었다는 아빠의 말이 지영 뿐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에게 비수처럼 박힌다.

지영의 마음처럼 내 주위의 도움을 주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간단한 말한마디 표현하지 못하고 산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표현하지 않은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자신의 이기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작가의 말처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멋지게 죽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삶에서는 그런 드라마틱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고마울 때 고맙다고 하고 사랑할 때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잊고 사는 가장 소중한 경험인지 모르겠다.

책을 덮으면서 할아버지의 유서를 통해서 마음을 알고 눈물을 흘렸던 지영이 이제는 할아버지 대신 돌아가면서 자신의 휠체어를 밀어서 학교까지 등교시켜 주는 노인정 할아버지들께도 ,학교의 친구들에게도, 그리고 힘겹게 일하시는 아버지께도 늘상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감사하는 마음이 지금 내게도 너무 필요하고 소중하다는 걸 알면서 건강하고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는 순간, 난 매번 감사하다는 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칭찬에 익숙하고 무디기 보다는 소중한 순간에 감사하고 다른 사람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아이들로 자기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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