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무한대 상상속에서 탄생한 바람의 화원, 그녀를 떠나보내며...

바람의 화원 2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2권에서는 정말 기대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작가가 왜 바람의 화원이라는 제목을 택했는지 그 이유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단원 김홍도에 비해서 많은 베일에 가려진 혜원 신윤복..작가의 상상력은 그런 베일에 가려진 신윤복을 향해 무한대로 뻗어나갔다. 1편에서 도식화된 화풍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화원으로 그려지는 신윤복은 분명 당시에는 새로운 화풍을 선보였을 사람임에 틀림없다.

산수화나 사군자 ,고작해야 인물화가 다였던 당시에 여인을 중앙에 배치하고 혹은 남녀가 밀회하는 그림을 그렸으니 분명 고지식한 당시의 관료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파고 들어가면 내면에 잠자고 있던 본성과 호기심에 더 한층 다가간 그림이었음을 어찌 부인하겠는가? 신윤복의 그림이 유독 여인을 많이 그리고 있음에 작가는 정말 과감한 상상력을 결부시킨다.

과연 신윤복은 남자였을까? 여인을 내세우고 여인을 담았던 신윤복이라는 인물이 당시에는 화원이 될 수 없었던 여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생각했다. 솔직히 책의 중반에서 칭칭 동여맨 젖가슴을 드러낸 혜원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단원이 혜원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동성애적인 면이 간혹 느껴지기도 했는데 작가는 혜원을 이미 여인으로 염두하고 작품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독자는 그런 사실을 모른채 작품을 읽으면서 단원의 묘한 감정에 고개를 갸웃하고 결국 혜원이 여인이었음에 몹시 당황하게 한다. 이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인가? 나 또한 정말 그렇지 않을까 하는 혼란스러움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혜원이 여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제시한다 .단원의 스승과 벗을 죽인 그 배후 인물이 바로 김조년이고 그는 바로 혜원의 아버지의 원수이기도 한 것이다. 그 배후에는 물론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초상화를 둘러싼 음모가 숨겨져 있어던 것이다. 정조가 조각조각 흝어져 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초상을 받아들고 흐느끼는 장면,자신의 그림 속 여인이 되어주었던 홍도를 김조년 손아귀에서 달아나게 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여장을 하고 대신 앉아있던 혜원, 그리고 무엇보다 김조년의 덫에 걸려 그림 대결을 펼쳐 그린 단원의 [씨름도]와 혜원의 [쌍검무도]는 책을 보면서 숨이 막히는 긴장감과 감동을 주는 대목이다.

결국 말없이 혜원을 보내야 했던 단원, 아니 그 시대의 모든 사람과 지금의 우리들에게 혜원 신윤복은 바람과 같은 화원이었음을 어찌 부인하겠는가? 작가의 말처럼 우린 그렇게 바람의 화원을 그의 작품 속에서 만난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이번에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통해서 당시에 있을 법한 사건을 엮어낸 작가의 솜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림 보는 안목이 한 층 커졌음 또한 내가 건진 수확 중의 하나이다. 1년에 두 차례 간송미술관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데 올 가을에는 신윤복의 그림을 보러 간송으러 가야겠다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