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터만 남은 반월성에서 마의태자를 생각하며] 얼마 전 아이와 경주에 다녀왔다. 신라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더듬으면서 제일 마지막으로 찾은 장소는 바로 포석정이었다. 신라의 마지막을 이야기 할 때 여지없이 등장하는 포석정. 이곳에서 경애왕은 향락을 누리다가 후백제의 견훤에게 죽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이곳이 향락의 장소가 아니라 제를 올리던 장소였다고 추정하기도 하고 경애왕 역시 견훤이 들어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를 위해서 제를 올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여하튼 안압지에서 왕건을 대접하면서 술에 취한 신라의 왕이 머리를 숙이고 신라를 받아달라고 했다는 마지막 순간 이전에 신라의 왕조는 기울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신라의 마지막 왕이 신라라는 나라를 송두리째 왕건에게 헌납하던 그 때에 모든 것을 등지고 슬퍼하면서 산으로 들어갔다는 마의태자. 바로 이 책에서는 마의 태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얼마전 경주를 다녀온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반월성과 안압지 등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마의태자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신라의 마지막을 감지하고 기울어가는 신라를 살리고자 몸부림쳤던 마의태자의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기술하면서 신라에 대한 풍부한 역사적 상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국어나 국사시간에 그냥 흘려들었던 향가가 나오는가 하면 그 배경 지식에 대한 설명도 탁월하다. 작가는 마지막 왕자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작품에서 마의태자의 후손 이야기까지 전개하기도 했다. 후작을 읽었기에 마지막 왕자에서 마의태자의 고뇌에 더 동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거나 혹은 이제 우리 나라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한 아이들이라면 마의 태자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서 경주에 가서 빈 터만 남은 반월궁에서 신라의 마지막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마의태자의 자취를 찾아 볼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