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은 무죄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작은도서관 29
박혜선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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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른이 쓴 동시라구??

책을 읽어 본 딸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이었다. 실은 그 말은 내 입속에 벌써부터 배배 맴돌던 말인데 딸 아이가 시원하게 던져준 말이기도 하다.

사실 이 동시집은 독특한 제목으로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어른이 쓴 동시라면 다른 동시들과 별반 다르지 않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어른이 쓴 동시에는 어린이의 마음을 닮고자 하는 바램은 있지만 어른이 쓴 흔적이 너무도 많이 느껴진다. 아이의 마음 대신 어른의 입장에서 함축적이고 멋진 표현을 담아내려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작품이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동시집의 동시를 한 편 , 두 편 읽어 보다가 앞 표지의 작가 소개를 다시 들취보았다. '이 사람 정말 어른 맞아?' 라고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이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어른이 쓴 것 같지 않은 동시라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 어느새 동시의 화자가 개구쟁이 우리 아이들이라는 느낌에 흠뻑 젖게 된다.

형님이라는 동시를 보면 1학년이 되는 동생에게 동생의 이쁜 담임이 사실은 불여우라고 말하는 형과 그 말을 듣고 갸우뚱하는 동생과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면서 고개를 불꺼진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그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떨어진 돈의 경우도 개미에게는 치워야 할 그 대상이 지나가던 사람에게는 얼른 줍게되는 거라는 마무리를 보면서 깔깔거리고 웃기도 했다.

작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항상 이런 재치를 온 몸에 품고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작가는  ‘이 책은 마음 내키는 대로 읽고, 마음 가는 대로 느끼고, 마음 편하게 덮어도 좋은 책’이라고 했다고 한다. 작가는 분명 독자들이 아주 쉽고 편하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런 작가의 편한 마음이 읽는 이로 하여금 그 느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동시집을 읽으면서 기분 좋게 웃고 재미있다고 다시 한 번 더 찾아서 읽고 그렇게 흠뻑 즐겁게 읽은 것 같다. 편하고 즐겁게 읽었다는 이 말에 작가도 분명 "맞아. 바로 그거"라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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