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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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정국도 어수선 하고 바이러스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만남까지도 어려워지는 때이다. 예전에는 현실이 될 것 같지 않았던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가 하나 둘씩 현실로 이루어지는 때 종종 소름이 끼친다. 그런 가운데 만난 공지영 작가의 신작, 요즘 트위터에서 적잖은 설전을 만났던 그녀가 건넨 화두는 공교롭게도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다. 작가는 사랑 그것도 잊지 못한다는 첫사랑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자뭇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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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넘기니 나오는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먼 바다 - 가닿지 못한 사랑들에게 바치는 헌사....

첫사랑은 그렇다. 이루어진 첫사랑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안고 산다. 처음이라는 기억은 삶에 있어서 늘 기억 상자의 한 구석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첫 아이를 낳은 기억, 아이가 처음 엄마라는 말을 하던 기억, 그리고 첫 키스, 첫 배신 등등.. 첫사랑 역시 남자든 여자든 가닿지 못나 사랑에 대한 기억은 마음 하구석에 오래도록 남는다. 예전에는 첫사랑이라면 아름답기만 하고 아련하고 아프기도 한 기억의 이미지로 남았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간직한 기억이 과연 맞는걸까 하는 의문이 간혹 든다. 사실 이번 공지영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좀더 의미심장하게 생각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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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미호는 40년 전의 첫사랑을 다시 만나기로 결정한다. 17세의 나이에 좋아했던 신학도 요셉, 지금은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첫사랑과 헤어진지 40년이 지났는데 우연히 sns에서 그를 발견하고 만나자고 연락을 할 수 있는 여자였다. 그녀의 직업이나 그런 모든 것을 떠나서 사실 나로써는 그녀의 대담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면 절대 못했을 만남을 그녀는 과감하게 선택한다. 사실 그녀가 첫사랑인 요셉을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은 그에 대한 아련한 오래된  사랑의 기억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간직한 질문, 풀지못한 질문에 대한 의미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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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생각지  못했던 첫사랑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게 된 남자 요셉, 과거 신학도을 꿈꾸던 그가 사업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했다. 어떤 계기로 그가 진로를 바꿨을까 그들을 왜 헤어지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그와 그녀의 기억을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풀리기보다 더 복잡하게 얽히는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것이 그와 그녀의 기억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호가 요셉을 갑자기 떠나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는 요셉은 그녀로부터 받은 상처, 아픔을 지우고자 또 다른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가 기억하고 싶은 기억만 간직하고 있다.

미호 역시 그로부터 확인받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물었을 때 기억하지 못하는 요셉. 그와 그녀가 기억하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의 포인트는 다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의문이 풀리기도 하고  어긋난 기억의 조각 퍼즐이 맞춰진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 대신 만남을 통해서 어긋난 기억의 조각을 맞춰간다는 것이 독특했다. 그 기억의 퍼즐을 맞추면서 지난 시간동안 미워했던 혹은 이해하지 못했던 어머니나 타인에 대한 용서나 이해도 함께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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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다. 기억의 조각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도 많이 다르지 않을까. 기억이 다를 수도 있고 혹은 왜곡되었을 수도 있지만 작가의 말처럼 시간이 흐른다고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시간이다. 그래서 먼 바다처럼 가닿지 못한 모든  사랑에게   닿을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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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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