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일어서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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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주제 사라마구의 유명한 장편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그의 또다른 작품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작품을 읽을 때 작품이 지어진 연대를 살피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의 가치관이 변하고 습관이 자연스럽게 변해가듯 작품 역시 초기작품과 후기 작품 등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많이 변하기 때문이다. 미술작품 역시 그러하고 모든 예술가들에게는 삶이 담기기 때문에 작품에 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소설을 쓰면 상상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것 못지 않게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간접 경험이 되든 직접 경험이 되든 경험하지 못한 자에게는 상상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하기 때문에 오로지 뜬구름 잡듯이 갑작스럽게 공상속에서 불쑥 탄생하는 작품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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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을 읽으면서는 상상보다는 그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처음으로 읽었던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모든 사람이 눈이 멀게 되는 도시 그 가운데 한 사람만이 볼 수 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적나나하게 접하면서 인간 내면의 다양성과 현실을 묘하게 풍자한 그의 시선에 놀라게 된다. 가장 유명한 <눈 먼 자들의 도시>1995년 작품이고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1980년 그의 나이 58세의 작품이다. 오랜동안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주제 사라마구에게 인생의 경험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해본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을 시작하면서 사회에서 받았을 수많은 차별과 빈부의 격차를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의 초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그가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언급한 그의 할아버지에서 뿌리를 찾고 있다. 가난한 농부의 가족이 겪었던 수많은 경험을 간직한 주제 사라마구는 <바닥에서 일어서서>에 가장 자기와 가까운 이야기를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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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루투칼의 20세기 현대사를 담았다고 칭해지는 이 작품에는 어김없이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등장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 외의 다른 나라의 역사를 알지 못해도 모든 나라에는 이러한 빈부의 격차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서 고통받는 자들의 저항이 시작된다. 어떤 면에서는 나라를 불문하고 사회가 변화 발전하는 모든 단계에서 보여지는 현상인가? 혹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돌고도는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우리나라에서 있었음직한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대한 농토를 갖고 있는 지주와 지주의 밑에서 소작을 하면서 살아가는 노동자. 그리고 농장주인의 심복이 되어서 그의 모든 명령을 수행하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 세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대농장 라티품다움에서 벌어지는 마우템푸가족 3대에 걸친 이야기는 마친 우리나라의 소설 토지를 떠올리게도 되고 저항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문득 대학 초년시절에 읽었던 막심고리키의 <어머니>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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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읽으면 많이 불편해진다. <눈 먼 자들의 도시>도 그랬고 <바닥에서 일어서서>역시 그러했다. 불편함은 내가 살고 있는 안락함 너머에 이와 같이 부당하게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외면하려고 하면 내 안락한 삶 속에 숨어있을 수도 있지만 눈을 뜨고 응시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도 감취지고 혹은 외면당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동시대를 살아도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변화의 속도도 다르다. 어떤 나라에서는 이미 50년 전에 치뤘던 과정을 어떤 나라는 지금 거쳐가기도 한다.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품 포루투칼 역사소설 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닥에서 일어서서>를 보면서 우리역사와 겹쳐지는 부분, 그리고 시대가 달라졌어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빈부의 격차와 차별,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한 해가 가는 시점에서 나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나에게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기회를 준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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