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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 이외수의 한 문장으로 버티는 하루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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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노래했다. 이제 나도 남들이 말하는 중년의 문턱을 넘고 있다. 생을 살면서 경험이 아닌 책이나 영화 등 타매채를 통해서 배워가는 것도 많다. 그렇지만 반백가까이 살아보니 머리로 알던 것들은 경험을 통해 가슴으로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험은 그 나이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터득이 되고 가슴으로 배워가는 것들이다.
연초에 처음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하늘로 보냈다. 가슴의 시린 여백이 아직도 채워지지 않고 영원히 시릴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인생을 배워가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그 나이가 되어서야 그 경험을 하고서야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이 인생의 마지막 여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휘리릭 넘겨버렸던 타인의 에세이를 좀더 정성껏 대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인지 모르겠다.
이외수의 에세이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한 문장으로 버티는 하루'라는 부재를 안고 있다. 제목만 봐도 아무런 수식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jpg](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blog/2019/11/26/6cda5350feff4e9792d544114c31df44.jpg)
인생을 살다보니 행복바이러스를 주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다.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면서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젊은 날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글을 남겼다면 나이가 들면서 화합이나 평화를 말하면서 긍정의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것 다. 이외수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인생을 살고 있는 그대들에게 오늘을 운명처럼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곳에 가식은 없다. 그게 바로 이외수만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인생을 대하는 면이 조금 더 유연해졌고 여전히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누가 더 아름다울까?...
꽃이 더 아름답다
아니다 여램가 더 아름답다
입에 거품 물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멱살잡이 주먹다짐도 불사한다
묻고싶다.
둘 다 아름다우면 안 되나요. <본문 중>
흑과 백을 가르기 좋아하는 사람들, 우린 언제 어느 순간에든 선택을 강요받기 쉽다. 이것도 저것도 좋으면 안되나? 열매와 꽃 중에서 아름다운 것을 고르라는 강요는 그런 선택의 강요를 뜻하는 듯하다. 좋은 것이면 더더욱 편가르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쁜 것은 오히려 들춰 고쳐가더라도 좋은 것은 하나가 아니 두 개, 세 개 더 많이 선택해도 좋구나 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싶다.
![3.jpg](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blog/2019/11/26/8c928e673c5d4d448c9df1a6aed88c47.jpg)
오랜 인생 함께 했던 부인과 헤어지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입양한 고양이 두 마리의 이야기도 눈에 뜨인다. 나 역시 고양이를 키우는 동생 덕에 남다른 고양이사랑이 생겼기 때문이다. 깜쉥이와 모랑이, 이름 한번 독특하다. 도도하고 새침하던 녀석이 이외수 작가의 배에 대로 꾹꾹이를 한단다. 고양이가 보이는 관심과 꾹꾹이에 불편함도 마다않고 배를 내어주고 있을 작가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인생이 그런게 아닌가? 내가 알던 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지만 60이 되고 70이 되어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알게되는 것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그래서 더 나이가 들 수록 교만해지거나 꼰대가 되지 말아야 하는가 보다.
![4.jpg](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blog/2019/11/26/76748bab6a5649ab880dd04ea33e1533.jpg)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감동글이 적힌 에세이이다.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 젊은이가 후에 '자신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서 돌아왔다는 글에 뜨금 해서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도 된다.
인생에 닥쳐올 수많은 아픔도 차츰 무디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바람이 불면 시려오는 눈시울에 염병할 사랑은 하지 않겠다는 투정이 결국은 그가 간직한 낱말이 에세일 탄생했으니 그는 분명 아직도 낱말 파종을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는 작가이다.
언젠가
아픔도
거름이 되어
푸른 생명을 키울 것이다 <본문 중>
![5.jpg](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blog/2019/11/26/5c60093fa52a44df8b4da08171607a7b.jpg)
그렇게 생각한다. 아픔이 좋은 거름이 되어서 인생의 약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인생의 마지막이 누구나 아름답지는 않다. 그래서 인생을 과정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는 욕심은 버리지 않고 살려고 한다. 그래야 그 과정도 더 충실할 거 같은 마음에서이다.
인생이 힘들때, 그래서 간혹 인생이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힘을 내서 인생을 살아간다. 이외수의 <불편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에세이는 인생의 지친 순간에 잔잔한 일상의 감동을 찾을 수 있는 문장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미사여구는 없다. 그저 솔직히 인생을 살아가는 작가의 삶이 단상을 접할 수 있는 에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