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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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인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내가 감독의 작품을 알게 된 것은 훨씬 전의 일이다. 남자감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고 영화의 원작을 소설이나 만화책으로 내는게 유행인 요즘 감독의 신작인 <날씨의 아이>는 영화보다 먼저 완성된 소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영화 개봉은 10월30일 책은 잠시 접어두고 먼저 영화를 본 다음에 책을 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책을 본 다음에 영화를 보면 책에서 얻었던 상상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약간은 실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개봉일에 맞춰서 넓은 영화관에서 딱 3명의 관객을 위해 틀어진 영화, 그것도 개봉 첫날의 첫회를 나홀로 보았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작가의 색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영화에서의 마지막 앤딩 장면에 나오는 노래가 너무너무 좋아서 살짝쿵 눈물까지 났다는 TMI를 덧붙인다

 영화를 먼저 본 다음에 읽은 원작소설 <날씨의 아이>는 내용면에서 영화와 거의 같다고 하겠지만 느낌은 다르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소리와 영상, 음악이라는 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면 소설에서는 서술과 묘사를 통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작가가 준 것을 가지고 독자는 마음껏 상상하게 된다. 100명이 소설을 읽으면 100명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상상은 전부 다르다는게 소설의 매력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본 다음에 읽었기에 영화장면이 자꾸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대신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서정성이 훨씬 강하게 와닿는다. 난 소설의 이런 면이 좋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봤으면 실망했을 부분이 분명 있다.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하는 소리지르기와 감탄사 등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소설에서는 그런 시끄러운 소리 대신 모든 것이 묘사로 이뤄졌기에 인물의 감정에 몰입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책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소설을 쓰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여준다는 것, 그리고 음악감독이라고 해야 하는 배경음악을 맡았던 노다 요지로의 이야기도 나와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영화나 소설의 뒷이야기만큼 재미있는게 어디 있을까?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흐르는 '괜찮아'라는 노래는 두 아이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하는 내용인데 이런 위로의 말이 너무 마음에 들었었다. 사실 이 노래도 살짝 감독에게는 뒷전이었다가 나중에 오히려 마무리하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와있다.

 

<날씨의 아이>는 주인공 호다카와 맑음소녀로 불리는 히나의 이야기지만 현실성이 많이 부족하다. 몇달이고 내리는 비를 기도로 잠시나마 맑게 한다는 설정, 날씨의 재물이 되어 바쳐지는 소녀 등등. 그러나 영화나 책을 보면서 현실성을 논하기 보다는 일본이라는 섬나라의 특수성을 생각하게 된다. 섬나라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자연물이나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물에 정령이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것을 의지하고 빈다. 그래서 일본에는 수많은 신사에 수많은 신이 모셔졌다고 알고 있다. 그런 일본의 특수성에서 상상력을 출발한다면 날씨의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는다. 또 하나 이러한 설정과 무관하게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일관되게 말하는게 있다. 바로 한사람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믿음. <날씨의 아이>에서도 작가의 그런 사랑을 당연히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소설 모두 만족스러웠다. 나와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무엇보다 순수한 사랑이 있기에 마음이 울쩍해지기보다는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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