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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글씨를 천하에 세운 김정희 - 한국편 5 ㅣ 그림으로 만난 세계의 미술가들 한국편 5
조정육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통해 다시 만난 추사의 세한도]
얼마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추사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말로만 듣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과 함께 과연 그 그림이 그렇게도 대단한지 눈으로 직접 보고싶었다.
암실에서 작품마다 불빛을 비추고 있는 전시장에 들어서서 주위에 전시되어 있는 추사의 글씨와 문장을 보는 것은 마치 살아 꿈틀대는 용들을 보고 있는 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글씨라는 것이 살아있다?라는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 느꼈다. 추사의 글씨들 사이로 사람들이 죽 둘러서 보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세한도'였다. 인생을 정리해야 할 59세라는 나이에 제주도로 유배를 떠난 김정희가 그린 그의 최대의 걸작이 바로 세한도이다. 유배지에 있는 김정희에게 그가 필요하다는 서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주며 물심양면 도와주던 이상적에게 감사의 표시로 그린 그림이다. 스승의 세한도를 받은 이상적은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 중국에 가서 학자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학자들의 감상시를 받았는데 그것이 바로 세한도를 더욱 빛나게 하는 사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전시장에 두루마리를 다 풀지도 못하고 있는 세한도는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면서 그림에 탄복한 사람들의 글이 적힌 것이다.
추사 혹은 완당이라는 호 외에도 수많은 호를 가지고 있는 김정희는 글씨의 대가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는 글씨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다재다능한 학자이자 문필가였던 것 같다. 학문에 대한 탐구와 서체에 대한 관심으로 중국의 수많은 책을 보면서 익히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를 창조해낸 그의 의지는 노력과 타고난 재능으로 말미암을 수 있었던 결과라고 생각된다. 서체가 어떻다는 것을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서체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력이고 이러한 생명력 때문에 청나라에서는 자국의 최고 문필가 대신 조선의 추사를 손꼽았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에서보다 오히려 중국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았다는 김정희를 바라보는 위치는 지금도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어린이들이나 서체에 일가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서체가 대단하다는 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그가 얼마만큼 인정받는 인물인지 그 자료가 좀더 노출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나온 책이지만 결코 어른이 보기에도 손색이 없는 도서였다. 그림으로 만난 미술가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도 구미가 당기게 만드니 조만간 다른 책이 내 손에 들리게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