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두의 말씨앗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38
문선이 지음, 정지윤 그림 / 사계절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말 속에 좋은 씨앗만 담아 볼까나?]
책표지를 보고 웬지 낯설지 않은 독특한 그림에 그린이부터 찾아 보았다. 역시 [다 콩이야] [까만 달걀]에서 그림을 그렸던 정지윤씨의 그림이다. 아이가 특히 좋아하던 그림이어서 이번에도 책을 보기 전에 그림부터 대충 훑어보았는데 중간에 삽입된 그림이 내용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우리 아빤 맨날 텔레비전만 보고 나랑은 안 놀아 줘~ 정말 싫어"
결코 드문 말이 아니기에 이 책속에 나오는 마두는 내 아이이면서 동시에 책을 읽는 아이에게는 자기 자신이 되었다. 마두는 항상 바쁘다면서 놀아주지 않고 약속을 잘 잊는 아빠에게 불만이 많다. 아빠를 바꾸고 싶다는 말이 씨앗이 되어서 싹이 트도록 그렇게도 그 말을 많이 했던가? 마두의 앞에 나타난 말씨앗 꽃감관은 마두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되 아빠를 바꿀 4번의 기회를 주고 그 때마다 아빠의 중요한 정보가 하나씩 사라지게 된다. 마두는 조금은 겁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아빠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빠를 정말 바꿔 버리고 싶어요"를 내뱉고는 자신의 말씨앗이 크도록 하게 된다.
마두가 바라던 아빠는 잘 놀아주는 아빠, 부자 아빠, 뭐든 오냐 아빠..이렇게 세 번의 아빠로 바꿔 보는 과정에서 마두는 아빠의 얼굴을 잊고, 아빠의 이름을 잊고, 아빠의 나이를 잊게 된다. 자신의 맘대로 원하는 아빠들이었지만 뭐든 완벽한 것은 없다는게 세상의 이치랄까? 마두는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빠를 바꾸고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는 자신의 아빠를 찾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말씨앗의 힘이 막강해지고 아빠에 대한 중요한 기억이 사라진 뒤라서 아빠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신처럼 아빠를 바꾸고 싶다고 함부로 말을 내뱉어서 말씨앗이 무럭무럭 자라서 아빠를 찾지 못해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두는 자기 역시 아빠를 찾지 못할까 두려워 한다. 아빠 텃밭에 있는 수많은 아빠들 중에서 마두가 아빠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자신과 아빠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기억하는 아빠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찾은 몇몇의 아빠들 가운데에서 마두는 이번에는 너무도 쉽게 아빠를 찾는다. 그건 다른 누구도 알 수 있는 바로 그 사실..아빠와 마두가 붕어빵처럼 너무도 닮았다는 것이다.
마두의 말씨앗을 통해서 나도 모르게 뱉어진 말에서 상처받을 사람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 번은 어렵지만 수를 거듭할 때마다 너무도 쉽게 내뱉어지고 그렇게 해서 뿌리를 깊게 내려지는 말씨앗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생활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내 뱉는 말들이 얼마나 무심하게 자리잡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지 엄마인 나도 반성을 하게 되고 책을 읽은 아이는 마두처럼 아빠와 사이가 정말 좋아졌으면 하는 바램과 더불어 고운 말씨앗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쁘기보다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정이 묻어나는 삽화와 중저학년의 우리 아이들의 고민과 생활속의 말투에 대한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동화여서 조만간 추천도서 목록에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마침 5월 가정의 달인데 이 책을 읽은 후에 책 사이에 끼워있는 예쁜 편지지에 마음을 담아 아빠에게 편지를 쓰면 정말 좋겠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벌써 책을 읽고 편지지를 가져다가 편지를 쓴다고 하는 아이..사실 편지지가 너무 이뻐서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활동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 제공한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에 살짝 미소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