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주문
니시 카나코 지음, 이영미 옮김 / 해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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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단단해질거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젊은 날에는 폭풍우같은 방황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청춘이라는 강을 건너기 때문에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년이 되고 어른이 되었다고 누구나 느끼는 그 때가 되면 마음이 단단해지고 안정적이 될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안고 있다. 머리로 알던 것들은 그때가 되어 경험을 해야 비로소 마음으로 제대로 알게 된다. 나 역시 중년이 된 지금 어린 시절 생각하던 것과 다른 중년의 허전함과 불안감을 안고 있는 평범한 중년의 한 사람이 되었다.

단단해진 마음과는 달리 조금은 허전하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지는 때가 생기는 것 또한 달라지지 않은 현재의 내게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는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니시 가나코의 <마법의 주문>이라는 소설이다. 니시 가나코는 일본 문학계에서는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소설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작품이 소개되었지만 그녀의 작품은 처음 접한다. 나오키 상을 비롯해서 많은 작품상을 휩쓸었다는 현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살펴볼 수 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에게 눈물처럼 비처럼 떨어지는 마법의 주문같은 한마디...책을 읽고 나면 표지의 의미를 그제서야 알아챌 수 있었다.

소설은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니키 가나코는 원래 장편소설을 쓰는 긴호흡의 작가라고 한다. 누군가의 조언을 따라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 역시 단편소설보다는 중장편 소설에 익숙한 편이라서 오랜만에 단편소설을 읽었던 거 같다.

단편소설이 갖는 매력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복잡한 갈등 구조를 벗어나 보다 명확한 사실에 집중하지만 여윤을 남기고 메시지를 던져주는 느낌의 단편소설들이다. 앞부부에 실린 '불사르다'와 '딸기'를 읽고나서 소설집의 구도같은게 바로 윤곽이 잡혔다. 상처받은 주인공은 여성이고 그리고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한마디를 던지는 인물은 소외된 아저씨라는 점이다. 다른 작품도 이런 구조일까 했는데 8편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고 위로의 메시지는 소외된 인물에게서 듣게 된다. 그것도 무심하게 툭 뱉듯이 말이다.

저자가 여성이기 때문일까 등장인물이 모두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눈에 뜨이고 작품이 모두 단순하고 명쾌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단편소설 중에 분량에 비해서 메타포를 강하게 넣어서 어려운 작품은 그리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적 쉽게 읽히고 가독성도 있다. 성추행을 당한 소녀, 미래가 불안한 모델, 사랑이 떠나감을 느끼는 여인 등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 아픔을 간직하고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인물이다. 인생에서 위로는 세대를 나누지 않는다. 너는 잘 살고 있고 잘 살았다는 무심한 한마디가 때로는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무심히 받는 위로의 말 한마디에도 큰 힘을 얻게 된다.

마법의 주문같은 한 마디가 무엇이었는지 작품 속에서 찾아보면서 내가 지금 받고 싶은 위로의 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삶에 지치고 피곤한 당신에게 스스로 건넬 수 있는 무심한 위로의 한마디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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