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 서울.평양 그리고 속초.원산
JTBC <두 도시 이야기>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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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책 한 권을 만났다. <두 도시 이야기> 제목만 얼핏 보면 찰스 디킨즈의 작품을 떠올리게 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2007년 고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서 이룬 남북정상회담을 함께 간 방송국에서 평양의 음식에 대해서 다루었던 다큐가 있다.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사실 그 때는 제대로 보지 않았었다. <두 도시 이야기>는 2007년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서울과 평양의 이야기와 10년에 걸친 노력 끝에 남북공동제작을 이룬 원산과 속초의 두 도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과 평양, 속초와 원산의 남북미식기행이라고 보면 되겠다.

 

 

 

약 70년 가까이 분단 국가로 지내면서 남과 북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된다.그러나 저자는 분명 다른 점이 있기는 하나 특히 음식문화에서는 어딘가 통하는 면이 있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게 탕반문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밥이 있어야 하고 밥과 함께 떠 먹을 탕이 있어야 하는건 기본인데 이런 점에서 일맥상통하는가 보다. 서울에 한강이 있듯 평양에는 대동강이 흐르고 남대문이 있듯 대동문이 있다고 하니 음식문화는 말해 뭐할까 싶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평양 옥류관에서 먹는 정통 평양냉면이 가장 유명하고 먹고 싶은 음식일게다. 공연을 갔던 연예인들이 서울에 와서 저마다 옥류관의 평양냉면을 먹었다는 자랑을 하던 것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저자는 평양과 서울의 비슷한 음식을 비교하면서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하고 음식을 만나기까지 차려지는 과정이나 찾아가는 풍경도 함께 담고 있다.

재미난 것은 평양은 보수적인 사회라서 변하지 않을 거 같은데 오히려 변화의 바람을 음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은 정통 평양냉면을 맛을 지키면서 보수적인데 반해 옥류관의 냉면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007년과 2018년은 확실하게 달라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변화를 음식에도 반영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평양의 대표 탕반인 평양온반에는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비주얼의 녹두빈대떡이 한 장 올라가고, 서울의 대표 탕반은 설렁탕으로 견주어 비교하고 있다. 이 둘은 다른 듯하면서도 서민들이 한그릇 먹기에 육수가 딱 좋은 음식이란다. 다른 두 음식에도 공통적인 것이 있으니 빠지지 않는 김치라는 사실, 남과 북은 모두 김치로 통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뜩 들었다. 단지 서울의 김치는 고춧가루가 제법 들어간 빨간 김치라면 평양의 김치는 백김치를 선호한다는 점이 다르겠다.

음식문화는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평양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유적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평양과 서울의 이야기에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우리나라 음식연구가들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사이사이 실려있다.

 

 

2018년의 이야기를 담은 원산과 속초의 이야기는 음식보다 풍경과 살아가는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담긴 금강산에는 남한에서는 볼 수 없는 장소가 많다. 지금은 길이 끊어졌으나 산과 바다가 흐르는 풍경을 단절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자연에 순응해서 살아간느 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단칼에 달라지거나 바뀌지는 않는다. 평양과 서울보다 더 비슷한 느낌을 받은 원산과 속초였다.

동해에서 많이 나는 명태로 만든 명태순대 대신 실향민들은 오징어로 만든 순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속초에는 오징어 순대가 있고 원산에는 아직도 명태 순대가 있다고 한다. 만드는 방식은 같지만 속초에서 잘 잡히는 오징어로 바뀌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재미난 것은 함흥냉면 이야기였다. 속초실향민에 의해서 만들어진 함흥냉면은 원래 함흥냉면과는 다르다고 한다. 만든이가 함흥에서 와서 그냥 함흥냉면으로 이름 지었다니. 속초의 함흥냉면은 원산의 회국수 조리과정과 아주 흡사하다고 한다. 그러니 맛과 모양은 좀 달라도 맥이 상통하는 그런 지점이 분명 있다.

 

서로 왕래하지 않으면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근본까지 달라지지는 않는게 세상인가 보다. 다른 듯하면서도 통하는 부분을 만날 때 두 도시는 어느듯 한 땅덩어리에 있는 도시였구나 생각된다. 국내 최초 남북미식기행, 평양과 서울, 원산과 속초를 잇는 이야기, 음식 뿐 아니라 생활모습까지 함께 볼 수 있어서 너무 재밌게 읽은 책이다. JTBC다큐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시간 되는 때 찾아서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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