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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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이들을 키울 무렵 온라인 서점에서 한창 한해의 작가를 뽑고 작품도 뽑는 이벤트를 해마다 할 무렵이었다. 공지영 소설가의 작품이 선정되고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때가 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야무지게 말하는 작가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대학교를 다닐 때 처음 만났던 공지영 작가의 소설은 강한 어조의 소설이 많았다. 사회 참여적이고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 당당히 말하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논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 그녀는 달라진 모습으로 소설을 내놓았다.

그동안 남다른 결혼생활을 하고 천주교 신자가 되기도 하면서 수도원 기행이라는 수필집을 쓰기도 하면서 젊은 날의 그녀가 썼던 작품보다는 훨씬 유해진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2007년 처음 <즐거운 나의집>을 소설로 만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그녀의 소설이 낯설지만 싫지 않았다. 작품은 결국 자신의 삶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녀의 <즐거운 나의 집>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3번째로 새옷을 입고 나오는 <즐거운 나의 집>을 만나게 되었다. 같은 책이지만 오래전에 읽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과 생각으로 책을 읽었다. 작품은 변하지 않지만 나이에 따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감상도 달라지기 때문이니 말이다.

 

공지영의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건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 챈다. 지금은 이혼에 대해서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부모자녀에게 갖는 편견이 사라진 건 아니다. 하물며 10년 이전의 인식은 더했음을 구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세번의 이혼, 그리고 성씨가 다른 세 자녀와 살고 있으며 글쓰는 직업을 가진 엄마는 천상 공지영이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첫째 18살의 위녕의 심리를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지 모른다. 서로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면서 작가 역시 얼마나 많은 마음 고생과 실수와 배움을 반복했을까? 그런 과정에서 즐거운 우리집의 소중함을 얼마나 알게 되었을까?

 

아버지의 결혼식을 위해서 '즐거운 나의 집'피아노 곡을 연주하면서 즐거운 우리집을 꿈꿨을 위녕에게 새엄마와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언급이 없더라고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위녕은 노래가 흐르는 즐거운 나의 집을 찾아 엄마에게로 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복은 그렇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시도 때도 없이 감정에 도취되는 엄마와 사춘기가 된 둘째 동빈, 순수한 막내 제제 까지 서로 다른 성씨를 가진 사람이 한집에 4명이나 사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얼마나 많이 받아야 했을까? 책을 읽는 나 역시 절반은 남들이 가진 시선을 안고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서로를 맞춰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무겁지 않게 담겨 있기 때문에 책을 보는 내내 어렵지만 즐거운 나의 집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컵 안의 물이 절반일 때 , '겨우 이거 남았어' 라는 사람과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듯이 인생도 행복과 고마움을 찾는 사람과 불평과 불행을 찾는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10년 전에는 엄마가 철없이 느껴지는 편이었다면 지금은 감정에 들뜨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호들갑 떠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오늘의 행복은 영영 찾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영구적이고 불변하는 건 아니다. 그 울타리 안에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와 사랑이 있지만 않으면 허울 좋은 울타리가 될 뿐이다. 다시금 <즐거운 나의 집>을 읽으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건 안정적이고 눈에 뜨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정답은 아니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내가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그 선택에 맞는 답을 찾으면서 살아가는 것, 그렇게 성장하는 게 옳은 거 같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금 읽으니 그 무렵의 많은 일들이 추억이 되어 밀려온다. 과거는 언제나 아름답고 아련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하자고 생각하게 된다. 나의 집도 즐거운 집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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