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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귀신, 뱀골에 가다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4
김혜리 지음, 정승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2월
평점 :
[도시 아이의 재미난 시골생활 적응기]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것보다 컴퓨터 앞에서 오락하면서 시간 보내기에 더 익숙한 도시 아이들..그런 아이들에게 시골의 정취는 방학을 즈음해서 한 번쯤 경험하는 일회성으로 끝나기 만련이다. 정말 그 속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들려주고 그 순수함을 마음 속에 바랬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이번에 접하게 된 [컴퓨터 귀신, 뱀골에 가다]이야기는 맘에 쏙 들었다.
맞벌이 부모를 둔 진헌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에 항상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진헌이가 특별한가? 그렇지는 않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은 대부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은 건 사실이다. 진헌이도 평범한 아이일 뿐. 진헌이는 일하는 아줌마가 돌아가고 나면 혼자 있는 무서움을 잊기 위해서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늦게까지 켜놓고 밥보다 더 좋아하는 컵라면으로 대신하곤 한다. 하루는 너무 컴퓨터게임만 하고 피곤이 누적되어 코피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도 겪는다. 그런 와중에 결국 엄마와 아빠는 갈등으로 별거를 하게 되고 진헌이는 서울에서 벗어나 뱀골로 이사를 가게 된다.
뱀골에서 진헌이의 본격적인 시골 생활 적응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만 매달려 있던 진헌이는 뱀골에 와서 더 자유롭게 컴퓨터를 할 줄 알았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인터넷 기자로 일하게 된 아빠가 컴퓨터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그것도 안된다. 옆집 승욱이 형은 학교짱으로 진헌이에게는 두려운 상대다. 신고식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 뱀을 한 마리 잡아와야 한다는데 도시소년 진헌이는 엄두도 못내고 결국 동네의 왕따 소년이 된다. 그런 진헌이를 위해 주는 것은 승욱이 형보다도 더 큰 뱀을 잡았다던 진숙이 누나다. 진숙이 누나는 진헌이 콩밭에 돌아다니던 백사를 잡아주려고도 하고 강아지를 키우라고 주기도 한다.
진헌이 밭의 백사 소식을 듣고 진숙이 누나의 아버지는 자신이 갖고 있던 백사를 진헌이 댁에 준다. 길조인 백사를 팔아 진헌이 집에 마련하고 있는 동네 도서관의 책을 가득 매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한편 승욱이의 심술로 진헌이의 강아지는 뱀에게 물려죽고 승욱이는 할아버지 댁을 떠나 새어머니 곁으로 가게 되는데...진헌이는 승욱이 형의 아픔을 이해하고 둘을 다시 뱀골에서 함께 살게 된다. 이런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인터넷에 올리던 아빠는 연재 부탁을 받고 더 없이 기뻐하고 이렇게 인터넷에 연재된 [뱀골 일기]를 읽은 엄마는 유학 전에 꼭 들르겠다는 전갈을 보내온다.
진헌이를 통한 도시 아이의 시골생활 적응기를 재미나게 만날 수 있다. 뱀골이라는 조금은 특이한 마을을 배경으로 뱀때문에 벌어지는 소동과 그 가운데 부모 곁을 떠나서 생활하는 승욱이, 땅꾼인 아버지를 떠나서 도망간 베트남 어머니를 둔 진숙이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별거를 하게 된 진헌이 처럼 가정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녹아있었기 때문일까? 이 아이들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서로를 보듬고 품어가는 과정임을 느낄 수 있었다.
모처럼 딸 아이도 재미나게 읽은 책이라면서 하는 마지막 말이...그래도 뱀골은 말고 시골 할머니댁에는 가서 살고 싶다고는 한다. 컴퓨터 게임 완전히 잊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