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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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여성들에게 건네는 여성의 우정이야기>

 

 

 

 

 

 

 

시간이 흘렀고 그리고 어떻게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어. 중년이 된 지금 친구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와 그냥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인생을 목적없이 살지는 않지만 그 목적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어떻게 살다보니 지금의 내가 되었는데 그게 슬프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그리고 살짝 슬프기도  하다.

 

 

처음 만나게 된 일본 소설가 데라치 하루나. 그녀의 소설은 처음 읽지만 여성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은 작가로 알고 있다. 남성이 그린 여성과 여성이 그린 여성은 차이가 분명 난다. 여성의 심리를 바라보고 이해하는데는 여성의 눈이 어쩌면 더 정확한지 모르겠다. 더 섬세한 터치로 여성의 삶을 그린 데라치 하루나의 <같이 걸어도 나 혼자>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함께 하지만  삶은 언제나 쓸쓸하게 혼자 걸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책 표지의 앞과 뒤의 다른 여성이 보이는데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살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어 버린 유미코, 결혼한 남편 히로키는 실종이 되어서 이혼을 하고 싶어도 그의 생사를 먼저 알아내야 할 정도이다. 결혼까지 하면 상대에 대해서 다 알아야 할거라는 선입견으로 보면 유미코는 남편 히로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가 이혼남에 딸이 하나 있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알바를 하면서 지낼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남편보다 더 친한 친구같은 사이가 되어버린 시어머니 미츠에. 미츠에가 유미코로 하여금 시어머니라는 호칭대신 이름을 불러달라고 한 것을 보면 그녀의 인생도 뭔가 우여곡절이 많을 듯하다.

 

 

유미코 옆에는 한 아파트에 살면서 연배가 비슷하고 함께 일자리를 구하는 처지인 카에데가 있다. 순전히 카레냄새때문에 친해지게 된 두 여인은 서로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슷해 보인다. 누군가와 함께가 아닌 혼자인  상태이기 때문일까? 두 사람은 서로의 다름을 알지만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어주는 듯하다.

 

 

실종된 남편에 대한 단서를 안고 찾아간 작은 섬, 남편의 젊은 시절을 보낸 그 곳에서 그녀에게 무척 불친절한 시즈씨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섬에서 유미코와 카에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처음 예상과는 달리 두 사람이 섬에서 겪게 되는 상황은 섬뜩한 면도 있지만 결국 두 사람이기 때문에 다행이다 싶다.

 

혼자이지만 둘이라서 견딜 수 있게 된 서로 다른 두 여인의 잔잔한 우정이야기, 거창한 말발이나 울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잔잔하게 보여준다. 보통여인인 두 사람 앞으로 잘 살 수 있을까? 걸림돌에 걸려 넘어져도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만 있어도 다행이다. 그러니 분명 잘 살수 있을게다 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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