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1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지영 장편소설 해리-무진의 또 다른 이야기>

 

 

공지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나왔다. 작가 생활 30년만에 그녀가 그리고 싶었던 또 하나의 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사회참여도가 높은 작가로 알려진 공지영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은 작가라고 생각된다. 외면 받은 사람들, 그리고 권력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소설은 물론 인간 본연에 대한 고민도 쉼없이 하는 작가이다.

이번 소설은 광주 장애인 학교의 성폭력과 비리를 다루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도가니>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그녀는 <도가니>의 배경이 되었던 안개 자욱한 도시 무진을 또 다시 작품의 배경으로 선택했다. 그녀가 보여주고자 한 뿌연 안개 도시 무진의 어떤 민낯이 도사리고 있을까?

작품을 받아들고 읽기 전에 긴 숨을 먼저 내쉬었다. 표지에 있는 몇몇의 글자들을 보니 책속에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사실이 들었을까 긴장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것이 현실에 바탕을 두고 창작한 작품이기에 더 그러했는가 보다.

고향 무진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기억을 안고 떠난 한이나가 다시 고향을 찾은 것은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서였다. 17세때 신부로부터 자신이 당한 것이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때 이나는 서울 학교로 전학을 왔고 이후 고향을 등지다시피하고  살았던 것이다.  죽을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시위를 하던 여인의 팔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녀의 사연을 듣게 되면서 이나는 익숙한 이름 하나를 듣게 된다.  해리.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여겨지는 백진우 신부의 곁의 실세는 바로 해리라는 여성이라는 것이다.

 

해리에 대한 기억으로 그녀를 떠올리기 힘들만큼 해리는 장애인복지원에서 일하는 열혈 봉사자가 되어 있었다. sns활동까지 활발히 하기 때문에 해리에 대한 글과 신도들의 옹호글도 대단하다. 자신의 아픔도 신의 이름으로 극복하고 많은 활동을 하는 성녀같은 이미지로 연설까지 하는 해리. 그러나 백신부와 관련된 억울함을 가진 이들을 하나둘 만나면서 이나는 신부 곁의 해리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가 서서히 알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에서 훨씬 벗어난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의문을 가지면서 읽게 되지만 이것은 소설의 문제가 아닌 실제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섬뜩함이 치를 떨게 된다. 돈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해리, 그녀가 자란 환경이 불우했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장애인들의 성기에 봉침을 놓고 은밀한 거래와 압력을 통해 돈을 받아내고 돈을 위해서 남편과 시아버지까지 장악하는 악마같은 여자 해리

 

저자는 작품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숨어있는 다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해리같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보다. 만인에게는 성인군자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내면에는 더럽고 추악한 본성을 감추고 있는 사람들을 말이다. 진실이 드러나지 않으면 그들은 언제고 성인군자로 여겨지지만 진실이 드러나도 어떻게 회피하고 주위의 권력을 동원하는지도 보여진다.

한이나가 해리와 신부에게 당한 주변인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손길을 얻기 위해서 만나는 사람으로 서유진을 만난다. 어디선가 들은 이름 바로 <도가니>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큰 역할을 한 동일인물  서유진이 등장한다. 그녀의 등장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든든함이 느껴지는 건 비단 나만이 아닐듯하다.

 

어떤 행위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모두 동일하지는 않은가 보다. 1권의 끝에 등장하는 남우는 오히려 해리를 불쌍하다고 감싸는 모양새를 취한다.  백신부도 해리도 고향사람이니 예전처럼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 라는..1권을 덮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뒤섞인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원래 있던 것이 헤집어져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그래서 작가는 침묵도 죄라고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2권에서 해리와 백신부를 둘러싼 일이 어떤 식으로 해결되는지 아니면 묵인되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