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 뻔한 세상
엘란 마스타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유토피아는 어떤 세상인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을 읽으면 우울할 때가 많았다. 과학적으로는 발달했지만 빈부차가 심해지던가 먹거리가 없어서 선택받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계급이 생기거나 인류 출산을 억제 하는 등 상상하지 못한 미래의 어두운 면이 많이 부각되는게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영화로 인상적이었던 터미네이터도 그렇고 베트맨의 고어도시도 그렇고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이런건 아닐 듯한데 과학은 발달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분명 존재한다.

 

또 한 편의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 sf소설을 만났다. 이미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엘란 마스타이의 첫번째 판타지소설 <우리가 살 뻔한 세상>이다. 심각하기보다는 흥미있는 책만 읽고 싶어지는 한여름이다. 연일 계속되는 찌는듯한 무더위에 에어컨을 돌리지 않으면 저녁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날씨. 에어컨을 찾아 다니면서 30년 전만해도 에어컨이 어디 있나? 각 교실에서 선풍기 바람만 쐬도 좋다고 할 때인데 정말 세상이 많이 달라지고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분명 과학은 발달해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환경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에 과연 미래는 어떤 사회일까 궁금해진다.

소설 속에서 그리는 2016년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2018년과는 사뭇 다른 세상이다. 1965년 라이오넬 구트라이더 박사 덕분에 인류는 더 이상 에너지난에 허덕이지 않고 살고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호버카를 타고 다니는 세상. 미래를 생각하면 가장 이상적인 미래가 소설 속의 2016년 세상. 사람들의 역할도 지금과는 상상이 안되는 세상. 작가의 이런 상상력이 피식 웃음도 나고 재미있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시대든 문제는 안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톰 배런은 천재적인 과학자 아버지와는 달리 루저같은 인생을 살고 있고 심지어 낙하산으로 아버지 회사에 취직하기까지 한다. 그닥 멋진 인물은 결코 아닌데 그런 톰이 아버지의 총애를 받고 미래여행을 준비중이었던 페넬로페와 하룻밤 자면서 임신을 시키고 이때문에 다음날 미래여행에서 탈락자가 된 페넬로페는 자기 분열이라는 자살을 택하게 된다.

 

아버지의 불같은 분노, 좋아하는 여인의 소멸, 그리고 이미 오래 전에 사고로 숨진 어머니의 부재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주인공은 스스로 타임머신을 타고 1965년 라이오넬 구트라이더가 처음 엔진시험을 가동하던 그 순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곳에서 아주 작은 실수를 하게 되어 구트라이터에게 자신의 존재를 노출시키고 현재로 돌아오게 된 톰. 그가 다시 돌아온 2016년은 자신이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하늘을 하는 호버카 대신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평범한 현재의 2016년으로 돌아온 것이다.

톰에게 전에 살던 첨단시설이 넘치던 2016년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비슷한 2016년 둘 중에 과연 어떤게 유토피아일까? 과학의 발달을 생각하는 미래에서 우리는 분명 잃는 것이 많을 거라는 상상을 한다. 인간성이 사라지든 환경이 파괴되든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하는데 저자 역시 그런 것들의 상실을 미래 속에 그리고 있다.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이 바뀌면 미래에는 겉잡을 수 없는 큰 파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때에는 뭔가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과거의 어느 순간에 대한 미련과 후회때문이기도 하다. 무엇을 바꾸는가를 선택하는 대신 그곳에 남아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는 이도 있고 사라진 가족애와 사라진 자아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도 소설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소설은 이미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한다. 시나리오 작가라서 그런지 읽는 내내 영화의 장면장면을 연상하면서 읽었던 거 같다. 미래든 현재든 인간에 대한 애정이 빠진다면 얼마나 활량한다. 이 소설 역시 미래에 대한 상상과 더불어 과학의 발달도 생각하지만 결국 인간과 가족, 그리고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에 흥미롭게 읽었다. 더운 여름 이런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 소설 한편 어떨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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