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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바이올린 ㅣ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26
고정욱 지음, 박영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고정욱 작가는 작품 속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작가가 장애인들에 대해 갖는 애정어린 관심은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 이번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작가의 말을 통해서 어린 시절 장애인 시설에서 1년동안 생활했던 특별한 체험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음을 알 수 있다.
삐딱이라는 별명을 가진 범상이는 한 쪽 다리를 심하게 저는 장애아이다. 친구들의 놀림을 피해서 우연히 올라탄 기차를 타고 서울에 홀로 내던져진 범상이는 왕초를 만나서 구걸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경찰에 붙들려 '해뜨는 집'이라는 어린이 보호 시설로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그곳의 생활도 그리 녹녹치는 않았다. 미친개라는 감독관은 아이들을 맘내키는대로 몽둥이로 후려치기 일수이고 원장은 후원금 받기에 연연하고 아이들을 애정으로 지켜봐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후원하는 미국인들이 오는 날에 맞춰서 연주를 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악기 연주를 하게 된다. 아이들의 악기연주 지도를 맡은 허미희 선생님은 우연히 범상이의 연주를 듣고 음악에 대한 남다른 재주를 눈치채고 바이올린을 가르쳐주게 된다. 범상이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바이올린에 담아 열심히 연습한다. 그러던 중에 근육병을 앓고 있는 친구 영희의 죽음으로 큰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다른 패거리들에 의해 또 다시 거리로 나갈 위기에 몰린 만수를 자기 대신 미국으로 입양을 보내기도 하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독방에 갖히기도 하는 시련을 겪는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던 범상이는 또 다른 기회를 얻어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훌륭한 연주가가 된다. 그리고 다시 해뜨는 집의 이사장이 되어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버거운데 고아로 보호시설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범상이의 모습은 책을 읽는 아이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는가 보다. 특히 아이들을 보살피는게 아니라 툭 하면 몽둥이 찜질을 하는 미친개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해뜨는 집의 새로운 원장이 개과천선한 미친개임을 알고 아이는 무척 놀랐다. 이 인물 역시 한 쪽 눈을 쓸 수 없는 아픈 사연을 알고 나서는그를 조금은 이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범상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와주고 용기를 준 허미희 선생님에 대해서는 헬렌켈러를 도와준 설리번 선생님에 비유하기도 했다.
책이 주는 감동은 역시 장애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용기있게 삶을 헤쳐나간 범상이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울타리 쳐진 그들만의 공간보다 더 많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를 바란다는 것도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큰 가르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