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보림문학선 4
오카다 준 지음, 박종진 옮김, 이세 히데코 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처음 대하면 책표지와 그림은 사람의 얼굴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사실 책 표지를 보고는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비라는 이미지도 그렇고 비를 피해 모여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밝은 느낌은 아니어서 그렇다.

잠자리에서 책을 먼저 읽던 초등2학년인 딸 아이가 "엄마, 이 책 정말 신기하고 재밌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우울 모드였는데 딸 아이의 이 한마디 "정말?"하면서 댓구를 했다.

아이는 다음날 이 책을 아침독서 시간에 읽겠다고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갔다.

돌아온 딸 아이에게 책을 받아 들고 읽기 시작하자 아이는..."마지막이 정말 멋져."라고 한 마디 던지고는 생글생글 거린다.

 

아이의 말처럼 책을 읽는 순간 손에 착 감겨서 이 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맛나게 읽은 것 같다.

 

아파트 공원에서 놀던 아이들은 비를 피해서 미끄럼틀 아래에 옹기종기 모이게 된다.

그 곳에서 비가 올 것을 알았다는 듯이 우산을 쓰고 가는 아마모리 씨를 보고 아이들은 하나 둘 그와 연관되었음직한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과 왕래도 없고 말도 하지 않는 아마모리 씨는 아이들에게 묘한 대상이다. 비밀스러운 혹은 신비한 사람이랄까?

 

열 명의 아이들이 풀어 놓는 이야기에는 하나 같이 아마모리씨가 엮인 듯 하고 모두 신비하고 환상적인 경험들이다. 남겨진 열쇠로 문을 여니 그렇게 가보고 싶던 바다가 있었던가 하면 혼자 있는 집에 누굴 찾으러 온 아이가 바로 나비였던 것 같고..자신이 갖고 놀던 분필을 물고 날아간 비둘기가 하늘에 아주 시원스레 긴 선을 그어놓는다던가...

처음에는 아마모리 씨와 연관된 이야기를 풀어 놓는 듯하지만 아이들의 경험을 하나씩 듣다보면 이 환상적인 경험들은 아이들의 마음과 끈이 닿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혹은 한번쯤 해보고 싶은 그 경험들을 아마모리 씨를 통해서 느꼈을 뿐이라는 걸 말이다.

비가 오는 동안 10명의 아이들이 풀어 놓은 아마모리 씨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는 이치로가 한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다들 아마모리 씨를 알게 된 것 같다고 했지만, 난 아이들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마지막에 이사를 가게 되는 아마모리 씨를 향해서 온 아파트 사람들이 보내는 고마움의 메시지는 정말 감동적이다. 딸 아이가 가장 멋지다고 이야기 한 부분이다. 아마모리 씨가 살던 곳의 사람들이 석별의 정이라는 음악과 함께 불빛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을 보면서 아마모리 씨도 아이들과 똑같이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마지막 장면이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는 다 꺼내놓지 않은 특별한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게 아닐까?

 

아이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덤으로 따라온 도마뱀 이야기는  덤이라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야기이다. .. 도마뱀이 만나는 아래쪽 경치 이야기에 아이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웃음과 감동을 함께 만난  이야기였기에 올 해 마무리가 더 따뜻할 것 같다. 특히 아이와 맘을 나누기에 그만이었던 책이기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곳에 이 책을 꽂아두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