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범죄실록 - 조선을 뒤흔든 범죄, 수사, 재판 이야기
정명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DNA를 조사하고, 근처의 CCTV를 확인하고, 핸드폰 등의 포렌식을 하는 등 갈수록 수사기법이 발전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DNA 조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지금에서 십여 년 전만 해도 현재의 과학수사 방법으로 범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현대에도 풀지 못한 사건이 산더미인데, 지금보다 과학수사기법들이 발전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는 과연 어떻게 사건을 풀어갔을까?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이, 지금의 수사 형태와 비슷한 부분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가령 사복경찰처럼 비밀리에 수사를 하고, 형사들 사이에서 은어를 사용하고, 잠입수사나 현장을 덮치는 방법 등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한다면 얼마나 놀라울까?
발걸음 소리를 줄이기 위해 짚신에 소의 털을 넣어서 신발을 만들어 신고, 잠행을 위해 발밑만 비추는 조족등(도적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참새, 파리와 같은 포도청 포교들만 아는 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포교라는 사실을 알리면 안 되기에 서로를 부르는 이름조차 다르다.

의외로 조선은 16세기 초반인 중종 시대부터 치안을 담당하는 포도청이 있었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빨랐냐면, 영국 런던에 경찰 조직이 생긴 게 1829년이란다. 서양보다 300년이나 앞서 치안담당 부서가 있었다는 사실이 꽤 흥미를 돋운다. 참고로 포도청의 포도는 먹는 포도가 아니라, 잡을 포(捕)와 도둑 도(盜)가 합쳐진 글자로 도둑을 잡는 부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단다. 물론 포도청이 한 일이 도둑만 잡는 것은 아니었다. 도박 단속, 밀주 적발, 살인사건 해결, 시신 검시 등도 포도청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포도청은 백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과잉수사와 과잉 진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또 마주하게 된다.
시신을 검안하여 사망의 원인을 찾는 일을 했던 현대의 검시관, 법의학자 역할을 했던 사람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그들은 오작인이라고 불렀는데,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조선이 가진 이미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죽은 시신을 만지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시신 검시만 했던 것은 아니다. 관아의 각종 잡일과 힘든 일들을 도맡아서 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조사를 통해 억울한 죽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조선은 신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부검을 할 수는 없었지만 신주무원록이라는 법의학 교과서를 편찬해 그를 통해 죽음의 원인을 밝히도록 한다.
그 밖에도 주리를 틀고 고문을 하는 장면을 보면 떠오르는 의금부나 지금 생각해도 끔찍했던 각종 잔인한 사건들을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조직폭력집단인 검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과거나 현재나 공통된 이야기들이 많다. 힘든 일은 결국 아랫사람에게 주어지는 것도, 돈이 없으면 결국 죄인이 되기도 하고, 진실이 뒤집히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자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기록은 승자의 이야기만 들어있는 것도 여전하다. 고생고생했던 오작인들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두 발이 잘린 피해자 개춘의 이후 이야기도 알 수 없다. 과거시험의 부정행위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검계를 소탕하기 위해 활약한 포도대장 장붕익의 이야기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의심스러운 경우 3번에 걸쳐 확인했던 시스템, 조선판 변호사라 불리는 외지부의 이야기를 보면서 또 다른 면모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범죄는 과거에도 여전히 많았구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일했던 사람들과 그들이 해결했던 사건의 이야기를 읽으며 조선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