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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필사 노트
박경리 지음, 유선경 엮음 / 다산초당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청소년 토지를 오래전에 읽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토지를 다시 한번 읽고 싶었다. 시작은 했지만, 쉽지 않았다. 몇 년에 걸쳐 조금조금 책을 읽고 있다. 처음에는 의욕을 가지고 읽다가 지쳤다. 내 템포에 맞춰서 읽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토지의 내용 자체가 술술 읽히는 작품은 아니라서 텀을 길게 두고 읽고 있다. 둘째 임신을 알게 된 때부터였으니, 15권까지 읽는 데 무려 6년이 걸렸다. 남은 4권은 1년 안에 완독하는 게 목표다.
시간을 두고 읽다 보니 장단점이 있다. 우선 빠르게 읽지 않아도 되기에 토지의 인물과 내용을 조금 더 느린 템포로 음미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길다 보니 앞의 내용들이 가물가물하다는 것. 그래서 조금 더 자세한 토지의 서평을 남기는 것으로 기억을 지켜내기로 했다.

토지 필사 노트를 봤을 때 반가웠다. 오랜 시간 들여 꼭꼭 싶어먹듯 읽고 있는 토지여서다. 20권 중 저자가 선별한 내용이 등장한다. 토지를 읽으며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나도 서평에 담아놨는데, 이게 겹치면 얼마나 반가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대조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토지의 모든 문장이 가슴에 사무쳤던 건 아니고, 당시 사무쳤던 문장들이 결국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것도 인정한다.
토지를 완독하지 않았으면, 필사를 할 수 없나? 물론 말도 안 되는 질문이다. 읽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판에,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 대신 책의 순서대로 나와있지는 않다. 저자가 선별한 순서와 주제에 따라 우리는 필사를 할 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 나 역시 순서대로 필사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중요한 거지, 순서가 중요한 것으 아니니까 말이다. 찾아보니 이 책 안에는 총 147편의 문장들이 담겨있다고 한다. 묶인 주제는 총 7개다. 토지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사랑과 삶, 한, 심리 등 주제에 맞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읽으면서도 좋았지만, 서평으로 남기는 것도 좋았지만, 내 필체로 직접 문장을 써가면서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문장을 목도할 수 있어서다. 손으로 쓸 때 머리에 더 많이 남는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 같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는 토지의 문장들 속에는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더 깊은 의미부터 비로소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들, 나도 이럴 때가 있었지 싶은 문장들도 만날 수 있었다.
20대의 읽었던 토지를 30대 후반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제 끝이 얼마 안 남았다. 기회가 된다면 60대의 토지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땐 또 어떤 문장과 어떤 인물의 이야기가 가슴속에 들어올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만났던 내 문장들을 다시 한번 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