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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메뉴판 - 한 장의 메뉴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
나탈리 쿡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 궁금해졌다. 참 다양한 세계사의 키워드들이 있긴 하지만, 메뉴판에서 세계사를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메뉴판은 그 시대의 음식문화를 알 수 있고, 그때의 관심사와 함께 어떤 식재료를 어떻게 활용하였는지, 식문화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신선한 도구가 되어주었다. 여기서 흥미를 돋우는 것은 바로 이 다양한 시대의 메뉴판을 자료로 누군가가 모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수고 덕분에, 저자 역시 그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고, 우리 역시 다양한 시대와 문화의 메뉴판을 통해 지금과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서두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 하면 지금도 고급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사실 레스토랑의 어원이 바로 수프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레스토랑의 뿌리가 된 어원은 레스토레라는 단어인데, "회복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로 소화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걸쭉한 보양식을 말하는 뜻이 지금의 레스토랑이 되었단다. 그러고 보면 레스토랑에서는 코스 요리가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수프인 걸 보면 이 뜻이 확실히 이해가 된다.
세계의 3대 요리 중 하나로 꼽는 프랑스 요리는 다양한 코스가 등장하고, 프랑스 문화는 식사 시간이 2시간 이상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유럽의 식사 문화가 지금과 같은 코스요리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실 프랑스식 서빙 방법은 여러 요리를 한 번에 차려놓고 먹던 방식이었는데, 러시아식 서빙의 영향으로 요리를 순차적으로 내놓는 방식을 바뀌었다고 한다. 자연히 음식이 식기 전에 따뜻한 음식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어떤 요리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바로 그런 단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 바로 메뉴판이다. 메뉴판을 통해 고객은 다음에 나올 음식을 알 수 있었고, 그를 통해 마치 오픈형 주방을 보는 것처럼 식욕을 자극받게 되었다.
책 안에는 내용과 함께 다양한 메뉴판을 볼 수 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메뉴판 중에는 부채모양의 티아루와 호 선상에서 개최된 중국식 특별오찬의 메뉴판이 기억에 남는다. 그저 식사 때 필요를 위해 사용되었던 메뉴판이 부채로도 활용되었고, 그 모양도 참 고급 지고 예쁜 걸 보면 단지 메뉴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멋져서 여러모로 활용도가 좋을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한 식당에서는 메뉴판을 우편으로 발송하는 서비스를 했다. 바로 메뉴판 아랫부분에 주소를 기입하면, 식당에서 해당 메뉴판을 보내주었단다. 식사의 자리가 특별한 시간이었다면, 이 메뉴판 역시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기억을 담을 수 있다는 데 착안한 방식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남편과 처음 만난 날 식사를 했던 식당을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도 한 번씩 가게 되는데, 만약 그때 이런 서비스가 있었다면 그 메뉴판을 볼 때마다 떠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메뉴판의 모습을 통해 당시 메뉴판을 통해 그 시대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혹은 타 문화권에 자국의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또한 마주할 수 있었다. 특정 단어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다른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기에 그림이나 상징물을 통해 자국의 요리를 설명하는 메뉴판들(국제 박람회 등에 사용되는)은 저마다의 특징을 담기도 했고, 각 문화마다 다른 메뉴판을 통해 또 다른 문화를 만나볼 수도 있었다.
현재는 웰빙 등의 바람으로 건강식이나 저염식, 비건식 등의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는데, 메뉴판 역시 그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고칼로리의 비싼 요리가 각광을 받았다면, 현재의 메뉴판은 그보다는 건강을 더 신경 쓰는 문화로 바뀌고 있는데 후대의 사람들이 20세기 이후 우리의 메뉴판을 본다면 또 우리가 살았던 시대를 바라보며 우리의 문화를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