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아메리카노를 먹었을 때가 기억난다. 쓰디쓴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는 언니들을 따라 먹긴 했지만, 이 쓰고 맛없는 걸 왜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전까지 내가 마셨던 커피는 달달한 맥심커피가 전부였는 데 말이다. 그렇게 20대 초반 언니들과 공부를 하면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매일 커피를 한잔 이상은 마시지만(여전히 커피는 연하게 먹는다.), 그 또한 몸에서 받지 않은 관계로 두 잔에서 한 잔으로 줄이고 있다. 좋아하지 않았던 커피를 이제는 매일 한잔씩 먹어야 할 정도가 된 내 모습을 보면 이 또한 기이하다.
커피만큼이나 눈에 띄었던 것은 저자가 온다 리쿠라는 것이다. 이미 만난 적 있는, 꽤 여러 작품을 통해 만난 적이 있던 작가인지라 반가웠다. 물론 "괴담"이라는 제목이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4명의 중년의 남성들은 정기적으로 한 번씩 모여서 자신들이 아는 괴담을 주고받는다. 룰이라면, 한 곳의 카페에서 하나의 괴담만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 커피가 들어가긴 하지만, 꼭 커피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주로 커피를 마시긴 하지만...!
음악 프로듀서인 다몬, 외과의사인 미즈시마, 검사인 구로다, 작곡가인 오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만남 조차 기이하다. 이야기 만큼이나 이들이 가는 곳도 다르다. 처음부터 갈 곳을 정해놓고 만나기는 하지만, 그또한 다분히 계획적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다.

연작소설이라는 말처럼 이 책 안에는 교토, 요코하마, 도쿄, 고베의 카페를 돌면서 기묘한 이야기를 하나씩 털어놓는다. 물론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는 의심이 쌓이며 괴담을 더 기이하게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이들은 왜 괴담을 이야기하기 위해 시간을 내서 만나는 것일까? 가 궁금했다. 다들 나름의 자신의 분야에서 바쁜 사람들인데 말이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 기묘한 상황들에 빠져들어서 이들의 이야기의 또 다른 청자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들의 만남이 잡담만을 늘어놓는 모임은 아니다. 사건이 풀리지 않아 고민하던 구로다는 친구가 꾸었다는 기묘한 꿈에서 힌트를 얻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런 장면에 책 속에서 여럿 등장하는 걸 보면 그것만 해도이들의 모임은 나름 유용하다(?)는 결론에 다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할머니 별세 소식을 들은 오노에와 자신들이 갔던 카페에서 만나게 된 할머니가 겹쳐지면서 왠지 모를 기이함을 자아낸다. 또 잃어버렸던 우산이 돌아오는 사건을 읽으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특히 행운상을 만지다 물에 빠져서 옷을 갈아입으려 갔다가 비행기를 놓쳤다는 사연은 내 친구의 사연과 겹쳐져서 소름이 돋기도 했다. 비행기를 놓쳤던 그녀가 탄 비행기는 전투기와 충돌해서 전원이 사망한 1971년의 사건이었는데, 비슷한 사건(괌 비행기 추락)을 겪었던 친구의 기억이 떠올랐다. 친구의 가족과 아빠 친구가 같이 괌을 가기로 했는데, 아빠 친구가 늦어서 결국 모두 비행기를 놓쳤다고 한다. 근데, 원래 타기로 했던 비행기가 괌에서 추락을 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진짜 같은 반에 있던 친구들 모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책을 읽으며 떠올랐다.
이 책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기묘하고 괴이하다. 소름이 끼치는 내용들도 있지만, 어디선가 마주했던 것 같은 사건들도 많다. 다행이라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책에서 만난 사건과 동일한 상황을 만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괴담을 털어놓는 장소와 상황이 또 묘하게 겹쳐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더 놀랍기도 하다. 영상으로 만든다면 기이함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