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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망상 - 잘못된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 피에르 지음, 엄성수 옮김, 김경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나서의 내 생각에는 큰 차이가 생겼다. 또 하나 절대 풀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문제의 해답을 얻은 것 같은 속 시원함과 함께 어떤 것도 절대적일 수는 없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씁쓸함과 그로 인한 불편함까지 얻게 되었다.
아마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에 속하지 않는 사람 혹은 나라와 민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정도로 책 안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현재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고민하는 내용일 것이다. 집단 망상이라는 제목만 듣고 좀 무서웠다. 마치 문제가 심각한, 극단적인 정신병을 앓는 집단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망상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과연 책 속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시작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으로 인해 타인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고, 자신이 무언가에 의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믿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문제는 이들이 가진 조현병은 지극히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자기지시성과 일화적증거라는 점이다. 이는 집단이 아닌 개인의 망상일 뿐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왜 저자가 이런 제목을 말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에게는 특정한 병변 때문이 아니라 왜곡되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을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판단의 영역은 개인마다 다르고, 일상적이 될 수도 있지만 극단적인 모습으로 타인에게 극단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시사점을 준다.
인지왜곡과 확증편향, 불신 등은 특정 경험에 자신의 생각(때론 극단적이거나 잘못된)이 점철되어 굳어졌을 때 드러난다. (사실 이 부분을 읽을 때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확증편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지인의 커피 취향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그 또한 확증편향을 가지고 그 지인은 판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짜 뉴스와 좌파와 우파로 갈리는 정치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였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오늘도 한 정치 기사를 읽었는데, 그 내용을 가지고 댓글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과연 지역감정, 극단적 이념, 인종차별 등과 같은 신념의 문제 속에서 과연 해결책은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 역시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책 안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의 공통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과 생각이 얼마나 많은 오류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와 함께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과학처럼 계속적인 검증을 통해 오류를 발견하면 자신의 의견을 수정할 줄 아는 눈과 함께 다양성을 배척하기 보다 인정하는 것이 우리의 뇌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