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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파리 - 명화에 담긴 101가지 파리 풍경 ㅣ 화가가 사랑한 시리즈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루브르에서 이 그림 앞에 서면 단순한 그림을 넘어선 떨림이 전해집니다.
자유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 쓰이고 있는 문장입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 문장을 이어 가는 중이고, 언젠가 우리도 다시 한 줄을 더할지 모릅니다.
들라크루아는 그 가능성을 이 한 장의 그림에 영원히 남겨두었습니다.
파리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하늘길, 바닷길, 인터넷길 까지 열려있는 지금도 파리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화가들이 살던 당시에는 더 하지 않았을까?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멋진 로망이 파리에서 머무는 모든 순간 있을 수는 없다고 한다. 지저분하고, 악취도 심하고, 좀도둑도 많다는 것은 그림 속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파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꽤나 긍정적이다. 살아있는 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미술과 친해지려 꾸준한 노력이 이제는 많이 가리지 않고 미술책을 잡게 만들 정도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명화는 어렵고, 미술관은 무섭지만 말이다. 그중에서도 도슨트가 쓴 책은 조금 더 손이 간다. 도슨트는 길잡이 같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도슨트의 설명이 곁들여진 명화는 한결 대하기 편해지고 조금 더 눈에 띄는 게 많아진다. 그래서 도슨트의 책을 주로 읽는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화가들이 사랑했던 도시 파리의 다양한 풍경 101점이 책 안에 담겨있다. 정우철 도슨트는 그중 화가들로 그림을 나눠서 싣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작가의 그림도 등장한다. 설명하는 그림과 결이 같거나, 같은 장소를 그렸거나, 설명할 이야기가 있어서다.

도슨트의 설명과 소개를 바탕으로 마주하는 명화들 속 파리는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무척 멋있고 고즈넉하고 때론 고급스럽다. 물론 현대의 의복과 다른 의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한몫을 하긴 하지만, 왜 많은 예술가들이 파리를 사랑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책 안에 담겨있는 그림 중 반은 낯이 익었다. 그중 반은 누구의 그림인지 알 수 있었다. 근데 이게 파리의 어딘가를 그린 그림이라는 것은 또 새롭게 알게 된 그림들도 여럿이다. 눈에는 익숙했는데, 제목이나 화가가 낯선 그림도 있었다. 이렇게 또 한 번 그림을 마주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다.
기억에 남는 그림도 있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들도 있었다. 자신이 만든 파란색을 주로 사용했던 화가 마르크 샤갈은 젊은 시절의 사용했던 파란색과 80대의 사용한 파란색이 달랐단다. 과거에 칠했던 색 보다 한 톤 낮춘 푸른색이 앞뒤의 그림으로 비교되니 더 이해가 된다. 근데, 그림만큼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흔들려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삶이 언젠가 끝난다는 걸 알기에, 남은 시간을 사랑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위에 밑줄 친 문장은 말년의 샤갈이 반복해서 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의 그림의 색이 더 안정되었던 것은 삶의 희로애락이 더해져 완숙해진 삶의 경험이 작품으로 표현되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치 삶을 살면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간 샤갈처럼 우리 역시 삶의 경험치가 쌓이면 우리의 삶의 색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