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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무언가가 와닿는다. 내가 읽은 그의 책은 그 유명한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다. 청소년기 필독도서라는 이 두 권의 책을 20대에 읽었음에도, 읽는 내내 쉽게 와닿지 않는 표현과 내용들이 많았다. 어려웠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친구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는 이 말도 안 되는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 속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던 때도 있었다. 얼마 전 데미안에 대한 독서 강의를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해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헤르만 헤세의 책은 내게 쉽지 않았던 책으로 남아있다.
무슨 자신감인지 이번에도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꺼내들었다. 예쁜 표지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산문문학이기에 소설과는 다른 좀 더 쉽게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어려웠다. 120여 페이지 밖에 안되는 이 짧은 에세이를 400페이지 넘는 벽돌책 보다 오래, 어렵게 읽었다. 이해가 안 되고, 상상이 안되는 표현들 앞에서 이번에도 고개가 숙여졌다. 하... 많은 미사여구와 깊은 표현들 속에서 더 들어가지 못하는 내 한계를 체감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주옥같은 표현들이 원어로는 어떻게 쓰여있을지 한편으로 궁금하기로 했다. (이렇게 무한한 표현들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와닿는 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랑을 담은 뮤즈를 보며, 마음 깊은 곳에 담겨있는 애가를 읽으며 이것이 헤르만 헤세 식의 연애편지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사랑을 생각하면서 이별도 떠올려야 할 정도의 구구절절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한다는 사실이 꽤나 놀라웠다.
연이어 등장하는 장에서는 삶의 고뇌와 좌절이 그대로 담겨있다. 아마 10대~20대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좌절감이 이럴까? 싶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고, 취준생으로 기간이 길어지고, 졸업 학점이나 토익점수가 내 기대에 못 미칠 때 우리는 좌절을 하지 않나? 솔직히 유명한 작가 헤르만 헤세도 과연 이런 좌절의 경험이 있을까? 싶었는데, 무명의 청년 시인이었을 때가 있었다는 표지의 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그런 고뇌의 경험이 있기에 또 유수의 작품들을 써 내려갈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역시나 쉽게 읽히지 않는다. 마치 데미안을 읽으며 알을 깨고 나온다는 표현만 이해해도 성공이라는 말처럼, 책 안에 담긴 헤세의 감정선을 이해한다면 성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하루 한 장씩 조곤조곤 읽어나가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