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컨트리

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은 무모한 것이지만, 사랑이 없는 삶은 퍽퍽하기도 하다. 사랑이 아픈 걸 알면서도 빠져들면 헤어 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인류에 등장한 이래로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무리 대단한 진보를 이루었어도, 여전히 쉽지 않다. 사랑의 달콤함이 시들해졌을 때,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둘 중 하나의 가슴이 먼저 식었을 때 남겨진 한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무언가는 아마 시간이 더 지나도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노스도닛 햄스턴에서 가족 목장을 경영하는 프랭크와 베스 부부 그리고 프랭크의 동생 지미. 큰 아픔을 겪은 후로 목장 일에 매달리는 이들 가족의 양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사냥개에 의해 양 몇 마리가 끔찍한 희생을 겪고, 프랭크와 베스는 개를 막아보지만 개는 미친 듯이 날뛰기만 했다. 결국 총을 발사하는 프랭크. 조금 후 자신의 개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사실에 끔찍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그리고 아이 뒤에 나타난 남자. 그렇게 평온하던 베스의 삶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과거 베스가 푹 빠져 지냈던 상대 게이브리얼이었기 때문이다. 베스에게는 큰 상처로 자리 잡았던 그 일을 알고 있는 프랭크는 게이브리얼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 개를 잃은 게이브리얼의 아들 레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었던 베스는 레오와 함께 개를 묻어주기로 한다. 베스가 유난히 레오에게 친절하게 구는 이유는 비슷한 또래의 아들 바비 때문이기도 했고, 게이브리얼을 만나면서 과거의 감정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개를 잃고 엄마마저 곁에 없다는 사실에 레오를 챙기는 베스. 그리고 그런 베스가 게이브리얼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불안하기만 한 프랭크. 

 게이브리얼의 개인 영지에 들어갔다가 우연한 만남을 가진 베스. 소설을 쓰는 게이브리얼과 시를 쓰는 베스는 통하는 게 많았다.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 둘은 결국 깊이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부유한 귀족 집안의 게이브리얼의 엄마 테사는 시골 소녀 베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옥스퍼드로 진학하기로 한 게이브리얼은 얼마 후 떠나게 되지만, 베스 역시 옥스퍼드 진학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이들의 이별은 길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것이 사실인 건지 옥스퍼드로 떠난 게이브리얼이 보내오는 편지가 점점 성의가 없어지고 오히려 집에 초대를 받아 구면이었던 루이자에 대한 내용이 많아진 것에 불안을 느끼는 베스. 면접을 보기 위해 옥스퍼드에 도착한 베스는 면접 이후 그토록 기다리던 게이브리얼을 만난다.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아 잠깐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게이브리얼의 말에 함께 파티에 가지만, 분위기가 이상하다. 자신을 누군지 모르는 게이브리얼의 친구들의 반응에 베스는 상처를 받고 만다. 자신에게는 그토록 보여주지 않았던 소설을 읽었다는 루이자의 말 또한 베스에게는 상처가 된다. 결국 게이브리얼이 쓴 일기를 보게 된 베스는 게이브리얼의 속내를 보고 헤어져야겠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데...

 책의 초반에 사고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재판 이야기를 읽으며 혹시? 하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언급되는 바비는 어떻게 죽은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는 와중에 게이브리얼의 등장 이후 삐걱대는 프랭크와 베스의 관계는 불안함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벽돌 느낌의 책이지만,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의 과거와 현재가 너무 궁금해서다. 솔직히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지 않고 그냥 통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덜 답답하긴 했겠지만, 빨려들 듯 읽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 정말 한방이었다. 설마 했던 사실이 하나하나 밝혀지니 말이다. 물론 주인공 세 명 중 두 명은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물론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맺긴 하지만, 그럼에도 프랭크가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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