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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식물하러 갑니다 - 덕질과 직업 사이, 가드너 탐구 생활 ㅣ 백백 시리즈
손연주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어가는 동식물도 부모님 집에만 오면 건강하게 살아나는 데 비해, 나는 일명 똥손으로 식물은 모조리 죽이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식물뿐 아니라 기계도 이상하게 내 손만 닿으면 고장이 난다. 식물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우리 집에는 다양한 화분들이 실내와 실외에 있었다. 부모님의 식물 사랑은 결국 옥상에 작은 텃밭을 만들 정도가 되었다. 여전히 부모님은 각 계절마다 모종을 사러 다니시고(아예 단골 가게가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나물을 뜯으러 다니시기에 차에는 늘 각종 장비가 비치되어 있을 정도다. 가을이면 이모네 산에 가서 알밤을 얼마나 많이 주우셨는지, 주변에 나눠주기 바쁠 정도다. 이런 식물 사랑 덕분에 겨울이 되면 거실 가득 꽃나무들이 들어와 있어서, 창문을 열기 힘들 정도로 빼곡한 꽃나무들과 생활을 할 때도 있었다. 당연히 그랬기에! 그래도 보고 자란 게 있으니 나 역시 식물을 잘 키울 줄 알았다. 근데 똑같이 물 주고 햇빛도 쐬어주는데 우리 집에 오는 식물을 족족 죽어나간다. 그나마 키우기 쉽다는 다육이와 선인장도 죽일 정도니... ㅠ
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는 혹시 똥손인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 때문이었다. 물론 이 책에 내 바람이 담겨있지는 않았지만, 궁금했던 것을 해결되었다.

식물을 얼마큼 좋아해야 수목원 같은 곳에서 직업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사실 나도 학창 시절 환경반에서 활동하면서 재활용이나 분리수거, 환경 보호 등의 일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있었는데 의외로 화학에 대한 상당한 공부가 필요하기도 했고 대놓고 이과를 잘해야 유리한 상황에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이 책에도 생물을 좋아하는 저자는 수학은 별로였지만 이과로 진학했다는 내용과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을 배우기도 했다고 하는데 아마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동식물을 좋아했던 저자는 고3 때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식물분야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단다. 물론 약간의 고민도 있긴 했고, 무슨 과를 가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하는데 저자와 같은 취미와 관심사를 지닌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대학에서의 수업이나 일과뿐 아니라 가드너가 되어 식물들을 직접 마주하며 지내는 이야기, 각 계절에 따른 가드너의 일과 등도 그림과 글로 만나볼 수 있는데 꽤 흥미로웠다. 특히 가을이 되면 논밭에서 마주하게 되는 허수아비 만드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중학생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 상상력을 초월하는 허수아비들과 함께 논에 세워진 허수아비를 보면서 신나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또 봄의 벚꽃에 대한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었는데 벚꽃이 송이째 떨어져 있는 곳이라면 나무 위에 참새가 있을 확률이 높단다. 벚꽃에는 꿀이 있는데(이것도 처음 알았다.) 참새는 부리가 짧아서 꿀샘까지 닿지 못하기 때문에 꿀샘이 있는 부분을 송이째 끊어 꿀을 빨아먹고 버린다고 한다. 혹시 내년 봄에 벚꽃 나무가 있으면 유심히 봐야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참 행복해 보인다. 물론 행복하겠지만, 그렇다고 늘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해도 힘들 때는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글을 통해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 속에서 식물들을 마주하며 사는 삶 또한 무척 매력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