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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괜찮아. 고개 들어. 씩씩하게 살아야지.
'X'라는 글자를 엑스라고도 읽지만, 곱하기라고도 하잖니.
실패는 벌점이 아니야. 경험의 곱셈이지.
앞으로도 계속 음미할 깊은 인생이라고
인어 하면 떠오르는 건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라는 동화다. 그리 고 이 책은 인어공주 속 왕자가 긴자 주오도리를 헤매며 인어공주를 찾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장편소설이라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 장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그래서 다음 장에 앞 장에서 스쳐 지나가거나 궁금했지만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주말이 되면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가 되는 긴자 주오도리에서 주말의 당신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찍고 있다. 길 가는 행인 중 한 사람을 붙잡아 즉석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그날의 주인공을 당신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의 당신은 왕자였다. 5시까지 사라진 인어공주를 찾는다고 말하는 왕자는 패션도 말투도 생김새도 지극히 왕자다웠다. 물론 진짜 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만...
등장하지 않는 왕자와 인어공주의 사연이 궁금했는데, 인어공주를 찾는 왕자의 이야기는 각 장마다 등장하지만 뭔가 아쉽다. 다행히 마지막에 그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첫 장과 마지막 장의 주인공인 12살 연상연하 커플인 리요와 도모하루다. 둘은 한 소속사에 속해있었던 배우였다. 그날은 공교롭게 둘 다 소속사를 그만두는 날이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아름다운 손을 보고 첫눈에 반한 도모하루는 리요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다행히 매니저인 에코다 씨 덕분에 인사를 건네게 된 도모하루는 그녀와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덕분에 도모하루와 리요는 연인이 될 수 있었다. 손 모델이었던 리요는 사실 크로노스라는 클럽에서 접객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있던 도모하루는 무리를 해서 선물을 하거나 식사 대접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는 곳이 부끄러워서 거짓말을 했는데, 그래서 자신의 집에 초대할 수도 없었다. 그녀 앞에만 서면 위축되는 도모하루는 좋아한다는 말에 늘 고맙다고 대꾸하는 리요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줄 명품을 선물하러 간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이 48만 엔이나 한다는 사실에 다시 절망에 빠지는 도모하루. 그렇게 매장을 나온 그는 한 아주머니가 떨어뜨리고 간 돈 봉투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50만 엔의 현금이 들어있었다. 과연 도모하루는 어떤 선택을 할까? 
"사랑은 어리석어"에서는 도모하루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풀어졌다면, "당신은 확실히"에서는 리요의 입장의 이야기와 함께 사나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막상 "당신은 확실히"를 읽고 나니,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다. 사랑하지만 서로에 대한 확실치 않은 마음에 흔들리기도 한다. 물론 리요의 입장에서는 처음 사귀었던 남자한테 이별을 통보받은 경험 때문에 상처가 깊기도 했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연인에 대한 불안함도 있어서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없이 상대의 마음을 아는 일은 정말 어려워요.
이 말은 맞는 말 같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초코파이밖에 없다. 눈빛만으로 알 수 있다는 건 지레짐작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인어공주도(물론 목소리를 잃었지만), 왕자도 연인인 리요와 도모하루도,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상대에게 이야기했다면 좀 다른 결과가 주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