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었던 거 같은데, 벌써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직 쉰까지의 여정이 좀 남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손에 든 것은 멋진 노년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언제 내 나이가 이렇게 되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다. 스무 살 때만 해도 왜 이리 하루가 더디게 가는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서른 중반을 넘고 나니 하루는 짧지 않지만, 한 달은 생각보다 빨리 갔다. 마흔이 되니 하루도, 한 달도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이만큼의 가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체감한다. 원숙한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시간이 가면 자연스레 만들어질 줄 알았던 삶이 부단한 노력의 결과임을 깨닫는다. 마치 겉으로는 평범하고 평안해 보이는 삶의 속을 들여다보면 각자가 가진 고민과 걱정, 근심과 고통들이 한 무더기다. 마치 백조처럼 물 안에서는 버둥거리며 열심히 발장구를 치는 게 우리 각자의 삶이 아닐까 싶다. 그마저도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충분한 결과나 열매가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글쎄...
다행이라면 공자가 말한 불혹, 지천명, 이순은 현재의 나이와 좀 다르단다. 과거에 비해 평균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만큼 삶의 농축도와 밀도가 과거에 비해 연해졌다는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쉰이라는 나이가 주는 깊이가 있다. 저마다의 목표도 있을 것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오십에 어떤 삶을 기대하는가, 또 어떤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오십에는 열매를 거두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알 필요는 있다. 혹시 지금까지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진지하게 과거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그렇다고 늦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오십은 조화를 이룰 줄 알아야 하는 때이고, 내 이득만을 위해 살기를 내려놓아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열정을 가지고 배우기를 좋아해야 하는 것은 과거와 다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오십은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니 만큼, 전반기와는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저자는 오십을 논어를 비롯한 인문학의 뜻을 발견하기 좋은 때라고 이야기한다. 결혼과 자녀 양육, 직장 생활 등의 실무자로 바쁜 삶을 살았던 3~40대에 비해 50대는 시간적으로도 좀 더 여유가 있을 때이자, 그동안의 인생의 경험치도 높아졌기에 인문학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앎을 마주할 수 있을 때라고 말이다.
사실 이 책은 어느 나이가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 오십이 들어가지만, 어느 때에 읽어도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 담겨있다. 여러 번에 걸쳐 논어를 마주했지만, 읽을 때마다 와닿는 경구가 다르다. 쉰이 되어서 읽는 논어는 어떨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