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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 근래 고정욱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읽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서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리 오래지 않았다. 막상 내가 그의 저작들을 읽을 때는 몰랐다가 이 책의 소개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제목을 보고 나 또한 내 어릴 적 꿈을 떠올렸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마냥 가지고 있던 교사의 꿈을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구체적으로 초등 교사로 정하게 되었는데, 그 꿈은 고3 수능을 마치고 산산이 깨졌다.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할 지경이었기에 재수는 꿈도 못 꿨고, 재수하지 않기 위해 하향지원했던 학교에 결국은 입학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능을 망친 것이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만큼이나 꼬장꼬장하고 FM인 내 성격은 오히려 교사로서는 부적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로 유명한 저자의 이 책은 본인의 삶을 적어 내려간 에세이집이다. 특히 장애인으로 살았던 그동안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우리는 배려라 생각하고 했던 행동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편함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장애인을 인식하지 않고 지은 건물들, 화장실, 계단, 통로 등이 장애인들에게는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차라리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지금은 과거에 비해 학교나 도서관 등의 공공건물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인들은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은 이런 현실에 역차별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강제 봉사활동 때문에 근방에 있는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쉽지 않았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확인증을 받으면서, 단체의 간사님과 잠깐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분 역시 한쪽 팔이 없는 장애를 가지고 계셨는데,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대놓고 편견을 가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불편하지 않은 몸을 가지고도 쉽지 않은 사회생활인데 한 곳이라도 핸디캡이 있다면 얼마나 힘들까? 물론 저자 이과가 적성에 맞았음에도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결국은 포기하고 문과에 갈 수밖에 없었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음에도 교수로 임용이 거절되는 등 쉽지 않은 경험들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갔고, 결국은 청소년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필요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려서부터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게 한편으로는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필요를 잣대로 사용하게 되기도 했다. 회사일이나 집안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정말 숨 쉴 틈조차 없이 빡빡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초반에 저자는 이런 물음을 던진다. 쓸모와 실용이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쓸모 있는 것들만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을 읽으며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생각하고 나뿐 아니라 타인도 판단하면서 살았는데, 나도 쓸모 있기 위해 그렇게 이를 악물고 살았는데... 그래서 힘들었는데...! 꼭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물론 장애인이 아니기에 100%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한편으로는 장애인 또한 비장애인들에게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생각의 틀이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