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2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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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버 센류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먼저 발간된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첫 번째 책의 제목이 더 재미있었는데, 제목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다. 제목만 읽어도 뭔가 그려지지 않는가? 바로 짧지만 그 안에 웃음과 노년의 삶이 다 들어있는 센류들의 모음집이다.


참고로 센류란 일본의 5.7.5 조의 음율을 가진 정형시를 말한다. 일본의 시라고 하지만, 우리말로 옮긴이의 능력 덕분인지 그리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조처럼 세로쓰기 때문인 지 더 눈에 띄기도 한다. 짧지만 강렬한 시어들과 내용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웃음과 눈물,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간 것 같은 기분이다. 시 옆에는 지은이의 이름과 성별, 사는 곳과 나이가 작게 기재되어 있다. 일본인의 이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디나 닉네임으로 보이는 시인들도 있다.



꽤 눈에 띄는 시들이 많았다. 찍다가 전부 다 소개할 것 같아서 고르고 고른 시들만 나름 엄선(?) 해서 소개해 본다. 이 책의 주 타깃 층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는데, MZ 세대도, X세대도, 이 책의 등장하는 시인들과 동년배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옮긴이의 정성(?)이 담겨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심쿵사 같은 신조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까 봐 뜻을 적어주기도 하고, 우리와 다른 일본의 문화에 대해 낯설까 봐 설명을 해주기도 하니 말이다. 설명을 읽고 읽으면 비로소 아! 하는 내용도 있다는 사실.



사실 짧고 가볍게 쓴 시 들이지만, 촌철살인의 시들이 눈에 띈다. 그래서 때론 서글프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나이 듦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더 있어서 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짧은 글 안에 그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연륜이 있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다.




사실 언제부턴가 하나 둘 보이던 흰머리들이 요즘은 정말 많이 눈에 띈다. 곱슬머리여서 유독 고불고불하고 튀어나오는 흰머리들을 보이는 족족 뽑기 시작했는데, 그런 나를 보고 엄마가 잔소리를 하셨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말이었다. 이 또한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들의 조언일 것 같았지만(그때는 그래도 뽑았다.), 요즘은 워낙 많아진 흰머리에 몇 달 전부터 미용실을 갈 때마다 염색을 하게 된다.(원장님이 한동안 극구 말리더니, 염색을 시작하면 더 많아진다고... 이제는 먼저 권한다. 그만큼 흰머리가 많아졌다는 사실에 서글프다.)

나이를 먹는 것이 좋다는 주위 사람들도 많다. 20~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거야?라는 물음에 언제부턴가 나도 "아니!"라는 답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겪어 온 시간들을 다시금 살아낼 자신이 없기도 하고, 다시 산다고 해도 과연 내가 그리던 모습을 이룰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이 듦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위트 있게 연륜으로 풀어낼 수 있는 어른이 된다면 그것도 꽤 멋있는 노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우리 역시 이런 건강한 문화와 취미를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본다면 나이든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넉넉한 마음과 여유를 가진 노인이 된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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