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5 : 안녕 기차역 특서 청소년문학 4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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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다섯 번째 이야기다. 벌써 다섯 번째 시리즈라니 놀랍다. 구미호 식당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1권부터 4권까지의 내용은 각자의 스토리와 주인공을 가지고 있다. 연결되는 부분은 없기에 어떤 권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단, 구미호 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는 큰 줄기가 있을 뿐이다. 바로 죽음이다. 전 편에서의 이야기에는 특히 "자살"에 대해 다룬 이야기가 많았다.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리고 그 일이 "후회"가 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꽤 여러 번 다뤄졌던 것 같다. 이번 편 역시 그 "죽음"과 "후회"의 연결선상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번 편에도 등장하는 구미호는 증호와 달호다. 과연 이 둘 중 누가 등장인물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켜내는 구미호일까?

매일 같이 미리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시연. 시연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미리는 누구일까? 그러던 어느 날, 미리의 번호로 온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혹시 당신의 선택 중에 되돌리고 싶은 게 있나요?

당신이 뭔가 선택했던 그날로 돌아갈 수 있는데요.

p. 7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지만, 너무 미리가 그리웠던 시연은 달호와 거래를 하기로 한다. 시연의 삶 중 하루를 달호에게 주는 대가로 시연은 후회했던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속한 날 기차역으로 가게 된 시연. 그곳에서 시연은 다른 사연을 지닌 둘을 만나게 된다. 아들을 잃은 정수리가 훤한 아저씨와 반려견을 잃은 연수 언니. 기차역에 도착하기 전, 달호는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표를 끊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구미호 증호. 삶이 얼마 남지 않아서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다는 증호는 달호가 이들에게 사기를 쳤다고 이야기한다. 증호는 자신이 줄 수 있는 선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뭔지는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달호의 말을 믿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증호는 달호가 파는 표를 사지 말고, 그 직원이 사라진 후에 나타난 역무원의 표를 사라는 말을 남긴다. 순간 헷갈리기 시작한 셋. 결국 아저씨는 달호가 말한 직원의 표를 하고, 연수와 시연은 증호가 말한 직원의 표를 산다.

시연은 중학생이다. 얼마 전부터 시연은 같은 반의 이온에게 시달리고 있다. 협박이라면 협박일 것이다. 사실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시연은 우연히, 이온이 같은 반이자 학교 전체 회장인 유재의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 일로 이온은 시연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그날도 톡을 보내서 음악실에서 만나게 된 이온과 시연. 이온은 이 일을 빌미로 유재의 핸드폰을 자신에게 갖다주고, 다시 돌려놓는 일을 해달라고 반 협박을 한다. 유재와 이온은 비밀 연애 중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한편, 이온 옆에 있는 미리의 존재도 부담스러웠던 시연. 도대체 자신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거듭되는 독촉에 시연은 유재의 핸드폰을 몰래 가져다 이온에게 준다. 임원방에 뭔가 말을 남기는 이온.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하고 유재의 핸드폰을 돌려놓는 시연. 이 일로 시연은 이온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다시는 같은 심부름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일이 문제가 되는 건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월요일 학교에서는 큰 소란이 벌어진다. 유재가 회장단 방에 글을 남기고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걷은 벌금으로 햄버거를 사서 근처 생활이 어려운 곳을 방문해서 전달하기로 하겠다는 말과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지 말아달라는 톡을 남긴 유재. 하지만 유재는 토요일에 나타나지 않는다. 금요일에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하지만, 부회장인 동주를 비롯하여 임원들은 유재의 책임감 없는 행동을 거론한다. 유재는 당황한다. 자신은 그런 톡을 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자란 70여만 원을 동주의 엄마 카드로 낸 사실까지 밝혀지자, 학교는 유재를 향한 비난으로 들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유재는 병을 핑계로 등교하지 않게 된다.

이 사건에 관여했던 시연은 가시방석이다. 자신의 잘못과 이온이 시킨 일이라는 것을 밝혀야 할 것 같지만, 이온은 극구 반대한다. 결국 계속 결석하는 유재를 보고, 여론은 돌아서기 시작한다. 정말 유재가 그런 톡을 남긴 것이 아니라면, 누가 유재의 핸드폰으로 톡을 쓴 것일까? 억울하게 모함을 받게 된 동주는 눈에 불을 켜고 유재 사건의 범인을 찾기 시작하는데...

해당 사건과 존재감이 드문 미리가 어떻게 연결된 걸까를 찾는 것도 흥미로웠다. 과거 미리는 시연에게 신세를 진 일이 있었고, 그 일을 기억하고 시연을 돕고 싶어 했다. 증호와 달호와의 거래로 시연은 과거의 그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4월 28일. 그날 과연 미리와 시연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 속에서는 후회가 되는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과연 결과까지 바꿀 수는 있었을까? 소설이니까 가능한 설정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후회가 되는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은 후회와 다행히 섞여서 돌아간다. 내 선택과 결정은 결국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증호와 달호 둘 중 누구의 말이 맞는가를 찾는 것, 시연와 연수가 그토록 후회했던 그날의 일을 마주하면서 여러 생각이 오고 간다. 되돌릴 수 없는 삶에서 우린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회를 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답이 최선이라면 선택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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