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란포는 숨기고

세이시는 막는다

마지막으로 아키미츠는 목을 딴다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주인공은 고액의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면접에서는 가족이 있느냐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지를 물었고, 얼마 후 그는 합격 통보를 받는다. 알바의 내용은 3일 동안 한 섬에 있다 나오기만 하는 일이었다.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벌이도 괜찮고 무엇보다 같이 일하던 친구 도쿠나가가 연락이 끊긴 것도 있었다. 도쿠나가에게 빚을 지고 있던 주인공은 처음엔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지만, 오랜 기간 그가 안 보이자 걱정이 되었다. 특히 도쿠나가가 마지막에 짭짤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는 말을 남겼기에 그가 했던 일이 이번에 구한 아르바이트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벌고, 친구의 행방도 찾겠다는 심정으로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우선 그에게 요구한 내용은 이렇다. 이름은 사토. 카리브해의 외딴섬의 기암관이라는 저택에 사흘 정도 머물게 될 것이고, 여행자로 말이 많지 않고 잘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함께 배를 타고 들어간 삼겹살과 안경에게 말을 걸었지만 괜히 싸한 반응만 돌아온다. 배에서 내려 기암관으로 들어서자 집사인 고엔마가 마중을 나왔다. 이곳의 주인은 미에이도 하루사다로 그는 지금 여행 중이었다. 대신 그의 딸인 시즈쿠, 시주쿠의 미스터리 연구회라는 대학 동아리 멤버인 야마네(삼겹살)와 사사키(안경) 그리고 하루사다와 사회인 마술 동호회에서 만난 텐가와 레이타가 초대되었다. 텐가와가 탄 배가 고장이 나서 당분간 가모 히비코와 선장이 함께 머물게 되었는데, 가모 히비코는 엽기 범죄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 있던 중, 사토의 옆방에 머무는 텐가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부르지만 자신의 맡은 역할 때문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비명에 선잠에서 깬 사토는 옆방에 머무는 텐가와가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텐가와의 방이 완전한 밀실이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범인은 어떻게 텐가와의 방에 들어선 것일까?

이 작품 안에는 두 명의 화자가 있다. 한 명은 사토이고, 한 명은 고엔마다. 사실 고엔마는 기암관의 집사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스텝이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부자들이 탐정 유희라는 이름으로 살인사건을 직접 주문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처음부터 잘 짜인 각본이 있고, 그 각본 안에서 고용된 아르바이트들은 각자 맡은 배역을 연기한다. 물론 정확한 내용은 스텝을 제외하고는 모른다. 바로 사토는 그렇게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다. 문제는 텐가와를 살해한 범인이었던 의사 역할의 시라이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것이다. 과연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스태프들은 주문자의 구미에 맞게 극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사건이 진행될수록 사토는 불안해진다. 자신을 탐정으로 착각한 시즈쿠 덕분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알게 된 사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사토는 살기 위해 진짜 추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억지스러운 내용들이 담겨있긴 하지만,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쪽지의 내용을 통해 추리를 해나가는 사토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반전 아닌 반전과 나름의 트릭들이 두 인물을 통해 하나 둘 풀어지기에 만족스럽다. 책의 말미가 나름의 열린 결말이었던지라, 사토의 다음 활약기가 은근 기대된다.

돈 앞에서 타인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취급하는 부자들의 유희. 그리고 그 유희에 장기 말과 같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알바생들.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몰랐기에 참여했겠지만, 역시 예상을 넘어서는 큰 보상에는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