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PD인 고진선은 얼마 전 기획안에서 물을 먹고 가재지구 재개발 건 다큐멘터리를 떠맡게 된다. 사내에는 이상한 소문까지 퍼져있는 터에, 취재에 앞서 사전 조사를 위해 가재 지구로 내려가는 진선과 후배 유미. 인터뷰를 위해 집집을 돌아다니며 사전 인터뷰를 하다가 한 집 앞에 서있는 여자를 만난다. 왠지 그녀는 음습한 기운을 담고 있었지만, 마치 자신들이 찾아올 것을 알기라도 한 듯이 지희는 오늘은 시간이 없고 다음에 오라는 말을 한다. 그날 이후로 진선은 왠지 모를 불안감과 함께 지희가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지희의 집을 찾은 진선은 지희네 집에 있는 어린아이의 사진을 본다. 늦둥이 딸인가 싶었는데, 20년 전 사망한 자신의 딸 영분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지희는 이 마을이 다른 마을과 다른 점이라면, 아이들이 없다는 것이라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건넨다. 그리고 사진 한 장. 뭔가 사진에서 이상함을 느낀 진선은 전문가인 송이태 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진을 확인하던 송 기사는 소리를 지른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정말 이상했다. 모든 아이들의 눈이 지희의 딸인 영분에게 가 있는데, 사진 속 모든 아이들이 영분을 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희의 말대로, 이 마을에 아이들이 사고나 자살, 자해 등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영분이 그렇게 죽은 이후로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송 기사가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그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는 사실을 느낀 진선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이상한 기운을 느끼며 불안해진다.
한편,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는 현석과 하령을 찾아가는 진선. 진선을 보자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두 사람과 정황을 보니 자신도 들었던 통통 튀는 소리와 영분이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하령과 현석은 사망하고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영분의 저주가 진선 자신에게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책 안에는 진선의 과거 이야기와 영분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엄마인 지희는 남편이 외도로 떠나고, 큰 아이는 잃어버린다. 둘째인 영분은 마을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영분의 죽음에 마을 아이들이 얽혀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희는 자신의 딸을 그렇게 만든 아이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복수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주술과 저주의 힘을 빌려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저주가 자신의 삶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작했다는 데 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입장에서 당연히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복수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복수의 모습이 너무 끔찍하다는 데 있다. 왕따의 경험이 있었던 진선이기에, 닮은 꼴은 그런 둘의 접점이 된 것 같다. 지희의 복수는 결국 다른 사람들 또한 자녀를 잃고 슬픔의 기억만 고스란히 가지고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서로를 향해 상처만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섭고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