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지구력 - 삶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발칙한 끈기에 대한 이야기
윤홍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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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쩌나?

저자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 말은 일부러 그 저자의 책을 찾아 읽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물론 나 역시 한참 좋아하는 작가가 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책에서의 언행과 실제 삶에서의 큰 불일치를 마주하고 큰 상처를 받은 후부터(인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지만...;;) 굳이 어떤 작가의 충성스러운 팬이 되지 않게 되었다. 근데 윤홍균이라는 이름은 왠지 낯이 익었다. 그리고 책 제목도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내가 읽은 그의 전 작은 생각보다 엄청 좋지는 않았다.(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의 책과 이름이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그가 쓴 책이 어떤 분야인 지는 알았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참고로 내가 읽었던 책은 "자존감 수업"이다.)

마음 지구력이라는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구력은 다른 말로 인내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버티는 힘이라고 썼으면 안 읽었을 텐데, 마음 지구력이라고 쓰니 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새롭고 달랐다. 저자는 이 책을 성공학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 성공의 의미가 "돈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는" 그 성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방점이 있다. 앞에서 말한 성공이 이 책의 충분조건은 될 수 있지만, 필요조건은 아닐 수 있다.

참고로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워킹맘이다. 내가 지구력이 딸린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했지만, 우리 엄마도 나처럼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내가 내 발로 걷기 시작할 즈음부터 일을 하셔서 지금까지 40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셨다. 가끔(아니 상당히 자주) 나는 엄마를 호출한다. 때론 아빠도 호출한다. 이유는 단연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뭔가 일이 생기면 우리 부모님은 5분 대기조를 자청하고 내 몫을 기꺼이 해주신다. 근데 돌이켜보자면, 우리 엄마는 일을 하면서도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1도 받지 못하고(네 분 다 엄청 먼 거리에 사셨다.), 우리 자매를 키우셨다. 살림은 기본, 양육도 기본, 당연히 일도 하면서... 그래서 나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하하;;; 객관적으로 보기에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편한 시대에 살고 있다.(각종 기계들의 도움을 받고, 어린이집도 있고, 병원도 많다.) 근데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들까? 기성세대들은 자녀 세대를 보고 정신력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 역시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자는 여기서 그 정신력의 이야기를 꺼낸다. 우선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이다. 세대가 다른 것도 있지만, 체력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험의 문제도 무시 못 한다. 과거부터 유독 우리의 부모들은 "정신력"을 운운했다. 왜냐면 찢어지듯 가난한 나라에서 유일하게 핑계(?)를 댈 수 있는 게 정신력 뿐이었지 때문이다. 그조차 없다면 도대체 어떤 핑계를 대며 현실을 이겨내야 했을까? 몇십 년 사이에 정신력이 옅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린 늘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참 바쁘게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을 타고났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또 겨울이 다가온다. 수시로 바뀌는 계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근면. 성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유가 없다. 당장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환경 속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네가 아이들을 함께 돌보았고, 조부모나 여러 가족들을 통해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핵가족, 부모 외에는 삶의 방편들을 보고 배울 수 없다. 농사를 짓던 과거에는 일을 많이 하는 만큼 농번기를 통해 놀고 쉬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핸드폰과 키즈카페 정도가 아닐까?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놀고 쉬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하고 계속 끌어올리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우리는 어느 순간 방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만큼만 읽어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그랬구나! 적어도 이게 우리 세대의 잘못이나 우리의 약함에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저자는 이어서 마음 지구력을 키워갈 수 있는 방법들을 조곤조곤 설명한다. 공감 능력, 방어력 그리고 적응력까지... 첫 번째 장이 우리가 왜 마음 지구력이 떨어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면, 두 번째 장은 마음 지구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리의 몸도 그렇지 않은가? 면역성이 떨어지면 작은 병균에도 쉽게 노출되고 일주일 아플 걸 한 달 넘게 골골거리게 된다. 우리의 마음 역시 그렇단다. 공감력이 마음을 다독이는 시작점이라면, 방어력은 마음의 면역을 높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적응력은 마음 지구력을 계속 다잡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이해가 쏙쏙 되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나도 마음 지구력을 키워보고 싶어졌다. 참고로 전 작 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만큼 저자의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내 기대치가 낮아져서 일 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읽어보라고 감히 추천해 본다. '아'와 '어'는 다르다는 것. 같은 표현도 예쁘게 표현해 주니 더 위로가 된다. 지금 번아웃의 상태인가? 어떤 의지도 생겨나지 않는가? 그 번아웃은 당신을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니 아주 조금의 의지를 들여보자. 이 책이 바로 당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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