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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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싶은 사람'이 먼저고 '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조력자 같은 거지.

그 말이 난 되게 좋더라고.

제목부터 기대감이 컸다. 한참 인기 있는 힐링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읽을수록 헷갈리기도 했다. 우선 책 어디에도 소설이라는 말이 없었고, 주인공이 전직 소설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있을법한 이야기의 전개인지라, 마지막까지 혹시 저자의 커밍아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었는데 아쉽게도 작가의 말 자체가 없었다.

여우별 분식집의 사장 제호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분식집을 운영 중이다. 매일 별다른 기대 없이 분식집을 열고, 기대감이 없기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기본적인 대응 정도만 하는 편이다. 떡볶이 맛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그저 시판 소스를 사서 그저 구색만 갖추는 편이다. 그 이유 중에는 자신이 진짜 사장이 아니라는 것도 작용할지 모른다. 사실 여우별 분식집의 진짜 사장은 친구인 진우다. 사장이라고 하지만 분식집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별다른 제재가 없기에 제호는 그저 평타 수준의 분식집 운영에 만족한다. 급여 역시 진우가 처음부터 월급제로 받을지, 아님 수익의 30%를 가져갈지를 물었을 때 후자를 선택했는데 전자여도 별반 차이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실 맛도 그저 그렇고, 특별한 게 없음에도 매일 수업이 마친 후 찾아오는 3인방을 비롯한 손님들을 보면서도 왜 그들이 가게를 찾는지 의아하지만 묻지 않는다. 제호에게 여우별 분식집은 그냥 당장의 밥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진우는 근처에 폐업하는 가게까지 인수해서 분식집을 확장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생 공고를 붙여두라는 말을 꺼낸다. 지금도 매출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 왜 갑자기 그러는 건지 의아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사장이 시킨 일이니, 퇴근 전 급하게 써서 종이를 붙인다.

사실 제호는 얼마 전부터 아내와 별거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 딸 수미를 만나는 제호. 15년 전 제호가 쓴 소설이 장려상을 받으며 책으로 출판되었다. 조만간 후속작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제호의 책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매일 책상 앞에서 앉아도 늘 캔 맥주만 홀짝이다 노트북을 덮는 날도 상당하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분식집 일과 써지지 않는 글 속에서 제호는 끌어 오르는 화를 아내에게 풀었다. 인내심이 많은 아내는 어느 날, 제호에게 당분간 떨어져 지내자는 말을 하고 수미를 데리고 친정으로 간다.

제호가 대충 써서 붙인 공고를 보고 한 사람이 찾아온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20대 초반의 한세아. 밝고 상냥하고 큰 성량을 가진 그녀는 첫날부터 싹싹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사로잡는다. 제호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를 풍기는 세아는 가수를 꿈꾸는 실용음악과 학생이었는데, 집안 형편으로 1학년을 다니다가 학교를 자퇴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아는 여우별 분식집의 알바생이 된다. 그리고 여우별 분식집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세 가지 제안을 한다. 하나가 음악을 틀어보자는 것. 두 번째는 전단지 등을 통해 가게 홍보를 해보자는 것. 마지막으로 떡볶이의 맛을 업그레이드해보자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세아가 지각을 한 날. 그녀는 소스를 하나 들고 왔다. 퇴근 후 소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연습을 거듭한 결과 최상의 소스 비율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제호가 먹기에도 소스는 아주 맛이 있었다. 그리고 세아의 소스는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다. 세아의 소스로 떡볶이를 만든 지 일주일. 늘어나는 손님 덕분에 가게의 매출도 늘고, 제호 또한 재미를 붙일 즈음 갑자기 세아가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소스의 비법을 세아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급하게 시판 소스를 사용했지만, 이미 입맛이 높아진 손님들은 기존의 소스를 전보다 못하다 판단을 한다. 산 넘어 산이라고 아내가 제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데...

버라이어티하기 보다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주인공인 제호 입장에서는 일생일대의 어려움이 동시에 찾아온 것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갑작스러운 세아의 실종, 아내의 이혼 요구, 엄마의 병원 입원 등 매일 다른 일들이 제호를 힘들게 한다. 평소였다면 의욕 없이 있었겠지만, 이미 세아에게 영향을 받은 제호는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다. 그리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한다. 장밋빛 꿈을 꾸었지만 한 사람은 꿈을 잃고 방황했고, 한 사람은 그럼에도 부단히 꿈을 좇아 살았다. 세아의 모습을 통해 제호는 과거의 꿈을 좇던 자신을 다시 마주한다. 그리고 가랑비에 옷 젖듯 세아의 모습이 제호에게 영향을 준 것이리라. 과연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여우별 분식집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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